[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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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ㅡ42화]그 `외눈인 놈' 죽이자
한 애꾸눈인 사람이 멀리 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어, 민가에
들어가서 하룻밤 묵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집에는 부부가 살
고 있었는데, 안방에 붙은 작은 곁방이 하나 있을 뿐이어서 거기
에라도 좋다면 묵어 가라고 했다. 이렇게 하여 그 사람은 허락을
받고 방으로 들어갔다.
밤이 깊어 애꾸눈 손님이 자려고 자리에 누웠는데, 옆에 붙은
안방에서 주인 부부의 목소리가 들렸다. 곧 부부가 서로 끌어안
는 것 같은 소리가 나고는 남편이 웃으면서 말했다.
"여보! 우리 지금 당장 `외눈인 놈`을 죽입시다."
"좋지요. 여보! 어서 그놈을 힘껏 잡아 죽이도록 합시다."
이렇게 부부가 `외눈인 놈'을 죽이자고 하면서 좋아하는 것이
었다. 옆방의 애꾸눈 손님은 이 소리를 듣고, 이 부부가 분명히
한쪽 눈밖에 없는 자기를 죽이고 가진 물건을 뺏으려고 의논하
는 것으로 알고 크게 놀랐다.
그래서 애꾸눈 손님은 위급하다는 생각이 들어, 짐도 챙기지
않은 채 살짝 문을 열고 도망쳐 관가로 달려가서 고발했다. 이렇
게 되니 관청에서는 포졸을 보내 이들 부부를 당장 묶어서 끌고
오라는 엄명을 내렸다.
관장은 이 부부를 꿇어앉히고 엄한 목소리로 문초했다.
"듣거라! 너희 부부는 집을 가지고 사는 양민으로서 어찌 손
님을 죽이려고 했느냐? 정말 사람을 죽이자고 모의한 사실이 있
느냐?"
"옛? 관장 나으리! 그게 무슨 말씀인지요? 소인은 영문을 모
르겠사옵니다. 좀 자세히 설명해 주소서."
관장의 심문에 부부는 결코 사람을 죽이려고 모의한 사실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관장은 이 부부의 집에 투숙했던 애꾸
눈 손님을 데려와 대질하도록 했다.
애꾸눈 손님은 부부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잠자리에 들었을 때, 당신 부부는 `외눈인' 나를 죽이
자고 의논하지 않았느냐? 내 이 두 귀로 분명히 들었거늘, 그런
사실이 없다고 우기면 되느냐?"
애꾸눈 손님의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하던 부부는 갑자기 마
주보며 웃어 댔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남편이 관장에게
다음과 같이 이뢰었다.
"관장 나으리! 소인의 이야기를 잘 들어 보십시오. 소인들 부
부는 매일 밤마다 `외눈인 놈을 죽이자' 하고 농담을 하고 있습
니다. 그러나 그것은 소인 부부끼리 귓속말로 하는 것인데, 저
손님이 옆방에서 자다가 귀가 너무 밝아 들은 것이 화근이었습
니다. 세상에서 흔히 남자의 양근을 가운데에 눈이 하나 달렸다
고 해 `외눈인 놈[일목자:一目者]'이라고 합니다. 소인 부부는
밤에 잠자리를 할 때마다 이렇게 장난으로 그놈을 죽이자고 말
하고 있습니다. 관장 나으리! 부부가 잠자리를 할 때, 힘찬 양근
이 아내의 몸 안에 들어갔다 일을 치르고 나면 죽어서 나오지 않
습니까? 그러니 외눈인 놈이 죽는 결과가 되므로 그놈을 죽이자
고 한 것입니다."
얘기를 들은 관장은 박장대소하고 이렇게 명령했다.
"듣거라! 알았으니 속히 물러가서 그 일목자를 얼마든지 죽
이도록 하라, 많이 죽일수록 더욱 좋으니라."
주위에서 듣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한바탕 웃었다.<조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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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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