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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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ㅡ40화]돈 때문에 방해해서야
시골에 사는 남씨(南氏) 성을 가진 사람이 돈을 많이 벌어 말
년에 1만금 부자가 되었는데,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주고 기한
이 되면 종을 보내 철저히 독촉해 받아 오도록 했다.
하루는 새벽에 종이 돈받을 집으로 가니, 그 집 부부는 아직
잠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있었다. 그래서 종은 할 수 없이 문
밖에 서서 한참 동안 기다리고 있는데, 부부는 언제 잠을 깼는지
어느새 아침 정사(情事)를 시작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종이
호기심에 가만히 들창 밑으로 가서 방안을 넘어다보니, 남자가
한창 열을 올려 행사를 하는데 부인이 남자의 허리를 껴안으면
서 어리광 부리듯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여보! 우리 이럴 때 너무 좋지요?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네
요. 몸이 둥둥 떠서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아요."
부인의 이 말에 남편은 계속하던 허리 운동을 멈추고 한숨을
내쉬면서 부인을 보고 힘없이 응수했다.
"여보, 당신은 그렇게 좋아? 그렇다면 다행이네. 나는 오늘
큰 걱정이 있어 별로 좋은 줄 모르겠어."
이 말에 부인은 눈을 크게 뜨고 남편을 쳐다보며 물었다.
"여보! 평소엔 그렇게 좋아하더니 오늘은 이상하네요. 당신
은 왜 좋지 않다고 해요?"
이에 남편은 연장이 말을 듣지 않는 듯 옆으로 내려와 번듯이
누우면서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었다.
"오늘이 남씨 영감 집에서 빚받으러 오는 날이거든, 아직 돈
이 마련되지 않았으니 그 무서운 종에게 시달릴 일을 생각하면
너무나 걱정이 되어 하나도 좋은 줄 모르겠어."
이런 광경을 본 종은 빚 독촉을 할 생각이 나지 않아 그냥 집
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주인에게 그 부부의 얘기를 들려주면서
이렇게 아뢰었다.
"어르신! 소인 비록 종놈이지만 잠자리 하나는 멋있게 하는
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인정사정 모르는 놈일지라도
어떻게 차마 들어가서 돈을 내놓으라고 독촉하겠습니까? 그래서
그냥 돌아와 버렸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종의 얘기를 들은 주인 남씨는 무릎을 치면서 한탄한 후 한참
동안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가, 궤짝 문을 열고는 모든 빚 문서를
꺼내 불태우면서 중얼거렸다.
"대저, 남녀 잠자리는 인간 최고의 향락이거늘, 내 어찌 돈
수천 냥 때문에 부인들의 그 즐거워하는 행복을 빼앗아서야 되
겠느냐? 여인들이 원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데, 내 그동안 부인들의 원한을 많이 샀도다. 여봐라! 다시는 빚
받는 일을 하지 않겠으니 모두들 마음껏 잠자리를 즐기라고 널
리 알려라."
이러고 주인 남씨는 부인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서 무엇을
하는지 문을 닫고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다.<조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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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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