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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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ㅡ41화]잠 때문에 다 망쳤다
한 시골 마을에 부부가 다정하게 살고 있었다. 하루는 소금
장수가 와서 날이 저물어 하룻밤 묵어 가기를 청하였으나 방이
작아서 허락할 수 없다고 하니, 소금 장수는 어디 구석에라도
좀 끼여 자게 해달라고 거듭 간청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랑방
이 좁기는 하지만 주인과 함께 자기로 했다.
그런데 주인 남자가 이날 따라 송편이 먹고 싶어 곧 아내에게
가서,
"여보! 내 오늘 따라 송편이 먹고 싶으니 당신이 송편을 좀
만들어 놓고 저 소금 장수 몰래 나만 살짝 깨워요."
하고 이르니, 아내가 놀라면서 이렇게 물었다.
"아니 여보! 잠이 깊이 들면 업어 가도 모르는 당신이 소금
장수와 같이 자고 있는데 무슨 재주로 혼자만 깨운답니까?"
이 말에 남편은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한 꾀를 내어 아내에게
일러 주었다.
"그러면 여보, 내 좋은 수가 있어, 잘 들어요. 내 음낭(陰囊)
에 끈을 묶어 그 한쪽 끝을 창문 밖으로 내놓을 테니, 송편을 쪄
서 식혀 놓고 창문 밖에 와서 그 끈을 잡아당기면 내가 가만히
일어나 나가겠어요. 알아들었지요."
이렇게 부부가 단단히 약속을 했지만, 그러나 소금 장수가 이
얘기를 엿들었기 때문에 그만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옳거니, 내가 잘만 하면 꿩도 먹고 알도 먹고 할 수가 있겠
는데......,'
산전수전 겪으면서 세상을 떠도는 소금 장수인지라, 이야기
를 엿듣는 순간 이들 부부를 속일 생각이 번개처럼 머릿속을 스
치는 것이었다.
저녁밥을 먹고 나니 남편은 사랑방으로 들어와 소금 장수에
게 먼저 자라고 하고는, 자기 음낭 묶을 끈을 준비해 놓고 누워
서 소금 장수가 잠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소금 장수가 자는 체하고 눈을 감고 있으니, 주인이 음낭에
끈을 매어 한쪽 끝을 창문 밖으로 내놓는 것이었다. 그리고 누워
있던 주인 남자는 어느새 잠들어 코를 골고 있었다.
이 때 소금 장수는 자신의 생각이 척척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
하며, 주인의 음낭에 매인 끈을 풀어서 자기 음낭에 매고 누워
있었다, 얼마 있으니 주인 아내가 창문 밖에 와서 끈을 잡아당기
기에, 소금 장수는 가만히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안으로 들어가 낮은 목소리로 남편인 것처럼 꾸며,
"여보! 불빚에 소금 장수가 깰 수도 있으니 불을 꺼요."
라고 말하니, 곧 방에 불이 꺼지는 것이었다.
소금 장수는 방으로 들어가,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어둠
속에서 떡을 맛있게 먹고 이어 주인 아내를 끌어안고 눕히니, 주
인 아내는 남편인 줄 알고 좋아하면서 옷을 벗고 잘 응했다. 소
금 장수가 있는 능력을 다 발휘해 기분을 고조시키니까, 주인 아
내는 평소와 달리 힘이 세어 너무나 좋아했다.
그러고 나서 소금 장수는 천천히 사랑방으로 돌아와 자고 있
는 주인을 깨운 다음에 이렇게 말했다.
"주인장, 첫닭이 울었으니 떠나겠습니다. 잘 잤습니다."
잠을 깬 남편이 소금 장수를 보내고 자기 음낭을 만져 보니,
매어 놓은 줄이 없기에 이상하게 생각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
방에서는 아내가 일을 치른 뒤라 고단해 깊이 잠들어 있었다. 남
편은 부인을 흔들어 깨우면서 소리쳤다.
"여보! 왜 송편 만들어 놓고 깨우라고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요? 송편은 어떻게 하고 잠만 자요?"
그러자 아내는 잠이 덜 깬 상태에서 하품을 하며,
"아니 여보! 그게 무슨 소리예요? 조금 전에 불을 끄라고 하
면서 들어와 송편을 먹고는 잠자리까지 하고 나간 사람이 그게
무슨 말이오? 무슨 송편을 또 찿아요?"
하고 되물으면서 오히려 소리를 질렀다.
아내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든 남편은 소금 장수가 새벽에 일찍
떠난 것과 연관지어 생각하니, 분명히 무슨 농간이 있었던 것 같
은 생각이 들었다. 아내의 상황 설명을 자세히 들은 남편은 소금
장수에게 속은 것을 생각하니 너무나 분했다.
"허허! 그놈의 소금 장수가 내 아내와 송편을 다 빼앗아 먹었
구나, 아이고 분해라."
하면서 땅을 쳤다. 아내는 남편의 하는 행동과 얘기를 들어 보
고, 조금 전 그 힘차게 흥분시켜 주던 사람이 남편이 아니라 소
금 장수임을 알았다. 곧 아내는 큰소리로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당신은 웬 잠을 그리도 깊이 잤소? 그런데 어쩐지 연장
이 너무나 빳빳하고 힘이 좋기에 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더니,
그게 당신 연장이 아니라 바로 소금 장수의 것이었구려, 그런 줄
알았으면 붙잡고 좀더 해달라고 할 것을."
이러고 계속 웃으니, 남편은 화가 나서 입을 벌리고 눈을 흘
기더라.<조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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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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