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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드러눕자 살판난 며느리

eorks 2019. 11. 18. 00:09
野談 ♡ 野史 ♡ 說話

시어머니 드러눕자 살판난 며느리
    『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삼월이』 몸종 삼월이가 헛구역질 하자… 박 장군 댁에 먹구름이 몰 려왔다.  그 정정하던 안방마님이 빙판에 넘어져 꼼짝 못하고 드 러누운 것이다. 박 장군의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도 한풀 꺾여, 매일 사냥을 다니던 발길도 끊고 부인 병수발 에 매달렸다. 목관(牧官)으로 한평생 봉직하고 물러난 박 장군은 오십줄에 들어섰지만 아직도 쌀 한가마를 번쩍 들 어올리는데, 부인 병수발에 꼼짝도 못하니 죽을 지경이다.  살판난 사람이 하나 있다. 박 장군의 며느리다. 시집살 이하던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드러누웠으니 꺼릴 게 없다. 입 무거운 시아버지 박 장군은 며느리에게 잔소리할 위인 이 아니요, 남편은 함경도 변방에서 군 복무중이라. 입속 의 혀 같은 몸종 삼월이까지 옆에 있으니 제 세상이 온 것 이다.  엉치뼈에 금이 가 일어나 앉지도 못하는 시어머니가 두 해째 누워 있으니 엉덩이에 욕창이 생겨 안방에는 악취가 진동을 한다. 안방에 붙어 있는 사람은 박 장군과 삼월이 뿐이다.  며느리 옥천댁은 시어머니 약사발을 들고 안방에 들어 왔다가 코를 틀어쥐고 뛰쳐나가 꾸웩꾸웩 토를 했다. 그 통에 약사발이 쏟아져 환자의 몸을 닦던 삼월이가 쏟아진 약을 닦아도 박 장군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며느리 새댁이 시집올 때 데리고 온 몸종, 삼월이는 새 댁보다 두살 아래로 어릴 때부터 새댁의 명에 못하겠다고 말해본 적이 없다. 시집에 데리고 와서도, “삼월아, 얼음 깨고 노란 미나리 베어 와서 살짝 삶아 무 쳐다오.” “삼월아, 내 목간 준비해라.” “삼월아~ 삼월아~.”  요즘은 삼월이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박 장군을 도와 물수건으로 안방마님 몸을 닦으랴, 대소변을 받으랴, 속옷을 갈아입히랴, 그 와중에도 새댁은 별채에 틀어박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어느 날, 새댁이 깜짝 놀랐다. 삼월이가 헛구역질을 했 다. 새댁이 삼월이와 바짝 마주 앉았다. “삼월아, 아비가 누구냐?”  삼월이는 고개만 떨군 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총각 하인 마당쇠냐? 집사냐? 말 좀 해봐라 말 좀!” 새댁은 집안 남자들을 모두 뒤꼍으로 불러 세웠다.  “삼월이 아비가 누군지 앞으로 나와! 내가 내년 봄에 혼 례식을 올려줄 것이야!” 아무도 나서지 않자 악을 쓰며 “꼭 밝혀질 거야. 그때는 작두로 그걸 잘라 버릴 거야!”  백방으로 알아봐도 삼월이 뱃속 씨앗의 아비는 밝혀지 지 않았다.  새댁은 한의원에 가서 애 떨어지는 약을 한 첩 지었다. 삼월이에게 먹일 약을 삼월이한테 달이라고는 할 수 없어 이튿날 몸소 낙태시키는 약을 달이기 시작했다. 약사발을 들고 삼월이를 불렀지만 집안 어디에도 없었다. 홀연히 사라진 것이다. 하인들을 시켜 삼월이를 찾으러 보냈지만 허사였다.  삼월이가 사라지고 난 뒤 당장 불편해진 건 부인 병수발 을 드는 박 장군이었지만, 더더욱 불편해진 것은 새댁이다.  그때, 박 장군 부인이 세상을 떴다.  꽃 피고 새 울고, 장맛비에 호박순이 쑥쑥 자라고, 우수 수 낙엽이 흩어지고, 북풍한설 몰아치며 어느덧 5년이 흘 렀다. 상복을 벗어 불사른 박 장군은 이삼일씩 집을 비웠 다. 새댁이 박 장군 댁의 안주인이 되었다.  초설이자 서설이 펄펄 내리던 어느 날, 가마 하나가 박 장군 댁에 들어섰다.  하인 하녀들과 새댁이 나와 낯선 가마를 에워쌌다. 가마 속에서 우아한 여인네가 대여섯살 되는 아이의 손을 잡고 내렸다. 5년 전에 사라졌던 삼월이다. 박 장군이 사랑방에 서 나오자 삼월이의 손을 잡고 있던 아이가 “아버님, 저희 가 왔습니다” 하면서 두손 모아 허리를 굽혔다. “네 형수에게도 인사드려라.” 아이는 새댁에게 “형수님, 처음 뵙겠습니다” 공손히 인사를 했다.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서 있는 새댁에게 박 장군은 삼월이를 가리키며 “오늘부터 너의 시어머니다. 법도에 어 긋나지 않게 깍듯이 모시렸다. ”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치자 “네, 아아아버님….”  새댁은 쩔쩔매는데 삼월이는 꼿꼿이 서서 “에미야 따뜻한 물 한사발 떠오너라.” 새댁이 뒤돌아보자 박 장군이 새댁에게 일갈, “너 보고 하는 소리야.” 새댁이 “네, 어머님” 하며 부엌으로 가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떨 려 술 취한 발걸음이더라.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