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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반도주했던 며느리 돌아오자

eorks 2019. 11. 1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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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반도주했던 며느리 돌아오자
    『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주막』  장날 저녁나절, 다섯살 아들 손을 잡고 장터에서 돌아온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어머님, 다녀왔습니다.” 인사를 하는데 시어머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섯살 손자가 솜을 두둑이 넣은 비단 바지에 공단 조끼를 사 입고 깨엿을 먹으면서 들어온 것이 다.  “할머니도 깨엿 하나 먹어.” 삼대 독자 손자 녀석이 주는 깨엿을 받아들고 할머니는 목이 메어 말 한마디 못했다.  밤이 되자 시어머니는 고양이 걸음으로 며느리 방문 밖 에서 귀를 기울였다. “엄마 왜 울어?” “아니야, 감기가 걸려 눈물 콧물이 나는구나.” 손자 녀석이 잠이 들었는지 조용해지자 며느리의 흐느낌 이 시작되었다.  이튿날 아침, 부엌문을 열어도 며느리가 보이지 않고, 방문을 열어도 마찬가지다. 바람난 며느리는 기어코 야반 도주를 한 것이다. 며느리가 시집와 신혼생활에 깨가 쏟아 지는가 했는데 새신랑 아들이 잔칫집에 다녀와 토사곽란을 하더니 저세상으로 가버렸다. 며느리는 청상과부가 되어 유복자를 낳았다. 이삼년은 자식 키우는 데 온 정성을 쏟 더니 그 후로는 독수공방에 몸부림했다. 결국 뒷집 머슴과 눈이 맞았다.  며느리와 뒷집 머슴은 그날 새벽에 만나 나루터에 가서 첫 배를 타고 강을 건너 사흘 만에 백리 남짓 떨어진 대처 에 닿았다. 며느리의 패물과 머슴이 몇 년 모은 세경으로 장터 근처에 조그마한 집을 마련했다. 어깨가 떡 벌어진 스물다섯 총각과 이제 스물둘밖에 안된 청상과부가 함께 있으니 긴 세월 참았던 욕망이 밤이고 낮이고 터져 나왔다.  한달쯤 지나자 끝없이 솟아오르던 욕망의 빈도가 줄어 들기 시작했다. 욕망의 끝엔 허전함이 뒤따른다. 섣달그믐 날이 가까워오자 부모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장터로 나와 깨엿도 사고 때때옷도 샀다.  백리 밖 시집에도 그믐날 밤이 왔다. “그믐날 밤 잠을 자면 눈썹이 새는 법이야 이렇게.” 할머니는 만두를 빚으며 밀가루를 눈썹에 발랐다. 호롱불 아래서 손자를 웃게 하려고 할머니가 흰 눈썹을 만들었지만 손자는 웃지 않았다. “저 소리!”  그때 손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밖으로 뛰쳐나갔다. “엄마~” 할머니가 얼어붙었다. 손자가 대문을 열자 며느리가 들 어왔다. 셋은 부둥켜안고 눈물바다를 이뤘다.  “어머님도, 우리 동우도 보고 싶었어요. 어엉엉~”  “그래그래 잘 왔다 에미야. 동우가 엄마 찾을 때 내 가슴 이 찢어졌다.”  “아버님 병세는 어떠세요?”  “소갈병이 냉큼 낫는 병이 아니지.”  집안에 웃음꽃이 피었다. 아들은 까불고 깔깔 웃고, 며 느리는 아들을 금이야 옥이야 꼭 껴안고 잤다.  꽃 피고 새 우는 봄이 왔다. 그런데 며느리에게 또 춘정 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떡판처럼 넓은데다 털이 숭숭 난 머슴의 가슴 품에 안기고 싶어진 것이다. 어느 날, 장옷을 덮어쓰고 외출했던 시어머니가 저녁나절 돌아와 며느리를 앉혀놓고 상상하지 못할 말을 했다.  “에미야. 나루터 주막이 우리 것이 되었다. 돈을 빌려줬 다가 돌려받지 못하고 주막을 떠맡았어.” “주막을요?” “우리 집안이 양반도 아니고, 뭐 욕할 사람도 없을 거다.”  며느리가 난데없이 주막집 주모가 됐다. 닷새는 주모가 되었다가 이틀은 집에 와서 아들 동우를 얼싸안았다. 그 이틀은 시어머니가 주모가 되는 것이다.  주모라는 게 그런 것 아닌가. 객들이 주는 탁배기도 한잔 씩 받아 마시고 객들이 엉덩이를 툭툭 쳐도 웃어넘기는…. 어느 날 밤, 며느리 주모는 덩치 큰 소장수에게 짓눌려 회포 를 풀고 나서 무릎을 쳤다. 이것이 모두 시어머니의 뜻이라 는 걸!  시어머니가 주막에 오고 며느리는 집으로 돌아간 어느 날, 눈이 펑펑 쏟아졌다. 삼십대 중반쯤 되는 선비가 주막 에 들어와 갓을 벗고 눈을 털었다. 선비가 저녁상을 들고 들어간 시어머니 주모의 엉덩이를 치자 깜짝 놀라 부엌으 로 도망쳤다. 시어머니는 얼굴이 빨개지고 온몸이 불덩어 리가 되었다.  ‘내 몸에 아직 춘정이 남아 있단 말인가?!’ 시어머니에 손자를 둔 할머니지만 이제 나이 마흔하나. 남편이란 게 소갈병으로 마누라 치마를 벗긴 게 십오년 전!  눈이 하염없이 내린 그날 밤, 시어머니는 한없이 흐느꼈 다.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