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올림픽과 풍수(2)
‘바람을 감추고 물을 얻는다’는 뜻의 ‘장풍득수(藏風得水)’를 줄인 말인 풍수는 4세기경 발간된 중국 소서 ‘금낭경(錦囊經)’에서 유래한 만큼 중국의 풍수 역사는 아주 오래됐다. 그들은 오행설을 믿었고, 이를 도시·건물·거주지·묘 등의 위치와 배치에 적극 이용해왔다. 우주는 기(氣)라는 에너지로 충만한데 축조물을 적절히 배치해 기의 흐름을 통제하면 건물주나 이용자가 복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상하이의 초고층 빌딩 동방명주(東方明珠)의 꼭대기에 TV송신탑을 세웠다. 우리가 음택을 중시한다면 현세 이익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은 양택, 즉 산 자를 위한 실용풍수에 관심이 많다. 그들은 이를 ‘생존풍수’라고 한다.
중국 대륙에서 대놓고 풍수란 말을 입에 올리기 시작한 것은 개방개혁이 가속화된 이후부터다. 지금은 풍수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넘쳐나 서점에선 부동산 풍수, 현대오피스 풍수, 현대주택 풍수, 비즈니스 풍수, 점포 풍수, 인테리어 풍수 등의 제목을 단 실용적 풍수 서적들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올림픽 개·폐회식, 육상경기, 축구 결승전이 열리게 될 메인스타디움 건설에 동원된 풍수 원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일까. 그들은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메인스타디움에서 남쪽으로 일직선을 쭉 그으면 종루(鐘樓), 고루(鼓樓), 자금성, 톈안먼광장, 마오쩌둥기념당, 전문(前門) 등 역사적 건조물들을 관통하게 된다. 종루와 고루는 왕조시대엔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알렸고, 자금성은 세계의 중심이자 황제의 거소였으며, 톈안먼광장은 공산혁명 후 시민들의 휴식공간이자 행사장 역할을 해오고 있다. 마우쩌둥기념당은 마오쩌둥의 유체가 모셔져 있고, 전문은 자금성 최전방 성문 역할을 했다. 그 남쪽의 숭문(崇文)시장은 서민들의 일상생활용품이 거래되는 공간이며, 천단(天壇)은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황제가 제사를 올리던 곳이다. 통과하는 모든 게 이렇게 역사를 꿰뚫고 있으니 어찌 역사에서 힘을 얻지 않을 수 있겠는가. 베이징올림픽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들은 이런 말도 덧붙인다. “메인스타디움에 모인 전 세계 젊은이들이 내뿜는 기가 자금성을 거쳐 톈안먼광장의 마우쩌둥기념당으로 집결되어 마오쩌둥의 초상이 그려진 중국의 지폐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그러니 중국 경제가 승승장구할 수밖에. 올해는 또 60년 만에 한 번 돌아온다는 바로 그 황금돼지해가 아닌가. 황금은 경제의 활황을 상징하고 돼지는 중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식재료이자 그 자체가 재부(財富)를 상징하지 않는가. 우리 중국인은 황금돼지해 바로 다음해에 베이징올림픽을 개최하게 된 것을 커다란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대회 성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베이징올림픽에 거는 기대는 이처럼 크다. 그만큼 기대에 부풀어 있다.
중국 풍수이론으로 본 잠실주경기장
“서울올림픽 이듬해부터 경제 하강 한강 물줄기가 기(氣) 분산시킨 탓”
서울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인 잠실주경기장은 한강변에 건설됐다. 우리는 잠실벌에 모인 전 세계 젊은이들이 내뿜는 기가 한강의 물줄기를 따라 대양으로 흘러가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의 기원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기를 소망했다. 그리하여 분단의 벽을 헐고 통일에의 길로 나아가기를 바란 것이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반쪽 대회로 끝난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과 1984년 LA올림픽과는 달리 이념의 벽을 넘어 전 세계 160여개국이 참가한 명실공히 세계적 대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를 중국의 풍수이론에 적용시켜 보면 한강의 물줄기는 기를 분산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공교롭게도 88올림픽이 끝난 다음 해부터 우리 경제는 하강곡선을 긋기 시작했고, 국론 분열의 조짐까지 보였다. 그로부터 9년 뒤에는 IMF라는 치욕스런 사태를 맞았고, 그 후로도 국론 분열 상태가 계속돼 만족스럽지 못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를 풍수의 결과로 본다면 너무 과장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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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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