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이야기

75. 무악재의 봄

eorks 2024. 11. 25. 12:14

75. 무악재의 봄


    서울을 벗어난 김삿갓은 발길을 毋岳(무악)재로 돌렸다.

    坡州(파주), 長湍(장단) 등지를 거처 고려500년의 망국지한이 서려있는 松
    都(송도; 개성)로 가보려는 것이었다.

    무악재에 올라서니 넓은 산야가 한눈에 내려다 보여 우울하던 가슴이 탁
    트여오는 것만 같았다.

    때는 봄인지라 산에는 군데군데 진달래꽃이 만발해 있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초가집 울타리에 노랗게 피어난 것은 개나리꽃이 분명하리라.

    어느새 버들가지는 실실이 늘어져 있었다.


              봄 성에는 가는 곳마다 꽃잎 날리고
              한식 봄바람에 버들가지가 휘늘어졌네.

              春城無處不飛花(춘성무처불비화)
              寒食東風御柳斜(한식동풍어류사)


    옛 시의 한 구절을 읊조리며 멀고 가까운 곳에 있는 꽃들을 구경하고 있노
    라니 또다시 봄을 읊은 于良史(우량사)의 시가 머리에 떠오른다.


              봄 산에는 좋은 일이 하도 많아
              즐기느라 밤이 와도 돌아갈 줄 모르네.
              물을 옴켜 뜨니 달이 손 안에 있고
              꽃을 희롱하니 옷에 향기가 진동하네.

              春山多勝事(춘산다승사)
              賞玩夜忘歸(상완야망귀)
              掬水月在手(국수월재수)
              弄花香滿衣(롱화향만의)


    얼마나 멋들어진 자연과의 동화인가. 옛날 사람들은 그와 같은 풍류가 있
    었고 운치가 있었다.

    그러나 서울사람들에게는 배타적이고 이해타산만이 있을 뿐, 운치가 없지
    않던가.

    그래서 김삿갓은 서울이 싫었던 것이다.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