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무악재의 봄
서울을 벗어난 김삿갓은 발길을 毋岳(무악)재로 돌렸다.
坡州(파주), 長湍(장단) 등지를 거처 고려500년의 망국지한이 서려있는 松 都(송도; 개성)로 가보려는 것이었다.
무악재에 올라서니 넓은 산야가 한눈에 내려다 보여 우울하던 가슴이 탁 트여오는 것만 같았다.
때는 봄인지라 산에는 군데군데 진달래꽃이 만발해 있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초가집 울타리에 노랗게 피어난 것은 개나리꽃이 분명하리라.
어느새 버들가지는 실실이 늘어져 있었다.
봄 성에는 가는 곳마다 꽃잎 날리고 한식 봄바람에 버들가지가 휘늘어졌네. 春城無處不飛花(춘성무처불비화) 寒食東風御柳斜(한식동풍어류사)
옛 시의 한 구절을 읊조리며 멀고 가까운 곳에 있는 꽃들을 구경하고 있노 라니 또다시 봄을 읊은 于良史(우량사)의 시가 머리에 떠오른다.
봄 산에는 좋은 일이 하도 많아 즐기느라 밤이 와도 돌아갈 줄 모르네. 물을 옴켜 뜨니 달이 손 안에 있고 꽃을 희롱하니 옷에 향기가 진동하네. 春山多勝事(춘산다승사) 賞玩夜忘歸(상완야망귀) 掬水月在手(국수월재수) 弄花香滿衣(롱화향만의)
얼마나 멋들어진 자연과의 동화인가. 옛날 사람들은 그와 같은 풍류가 있 었고 운치가 있었다.
그러나 서울사람들에게는 배타적이고 이해타산만이 있을 뿐, 운치가 없지 않던가.
그래서 김삿갓은 서울이 싫었던 것이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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