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전설 94

노파와 온양온천

불교전설 충청도편노파와 온양온천온양·온양온천 아득한 옛날 충청도 땅에 아주 가난한 절름발이 노파가 삼대독 자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어려운 살림에 불편한 몸을 이끌 고도 노파는 아들 키우는 데 온 정성을 다했다. 어느덧 아들이 혼기를 맞게 되니 하루빨리 손자를 보고 싶은 마 음이 간절한 노파는 매파를 놓아 사방팔방으로 혼처를 구했으나 자리마다 고개를 저었다. 가문도 볼 것이 없고, 살림도 넉넉치 못한 데다 시어머니마저 절름발이이니 누구도 선뜻 딸을 내주려 하지 않았다. 노파는 절름거리는 자신의 다리를 원망하면서도 실망치 않았다. 이러한 노파를 측은히 생각한 중매쟁이는 좀 모자라는 처녀라 도 그냥 며느리로 맞자고 다짐을 받고는 아랫마을 김첨지 집으 로 달려갔다.그 집에는 코찡찡이 딸이 있었기에 말만 꺼..

불교전설 2012.04.20

수덕사 버선꽃

불교전설 충청도편수덕사 버선꽃예산·수덕사 『도련님, 어서 활시위를 당기십시오.』 시중 들던 할아범이 숨이 턱에 차도록 채근을 하는데 과연 귀를 쫑긋 세운 노루 한 마리가 저쪽 숲속에서 오고 있었다.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졌고 화살이 막 튕겨지려는 수간 수덕은 말없이 눈웃음을 치며 활을 거두었다.『아니 도련님, 왜 그러십니까?』 몰이를 하느라 진땀을 뺀 하인들은 활을 당기기만 하면 노루를 잡을 판이기에 못내 섭섭해 했다. 『너희들 눈에는 노루만 보이느냐? 그 옆에 사람은 보이지 않느 냐?』『이 산골짜기에 저런 처녀가?』 하인들은 모두 의아해 했다. 『도련님, 눈이 부시도록 아리땁습니다. 노루 대신 여인을… 헤 헤.』 『에끼 이녀석, 무슨 말버릇이 그리 방자하냐. 자 어서들 돌아가 자.』 수덕은 체통을 차리..

불교전설 2012.04.19

홍랑각시의 영험

불교전설 서울,경기편홍랑각시의 영험화성·홍법사 『아니 중국 천자는 자기 나라에 여자가 없어서 조선으로 여자 를 구하러 보냈나.』 『다 속국인 탓이지요.』『아무리 속국이기로서니 조정에서 이렇게 쩔쩔매니 장차 나라 꼴이 큰일이구려.』 『자, 이렇게 모여 있을 것이 아니라 어서 여자들을 피신시킵시 다.』 『피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누구네 집에 어떤 딸이 있는지 다 알고 있을 텐데.』 신통한 묘책이 없어 수심에 잠겨 있는 마을 사람들 앞에 드디어 관원들이 나타났다. 욱모방망이를 든 포졸들을 앞세우고 외쳤다. 『얘들아, 마을을 샅샅이 뒤져 젊은 여자를 모조리 잡아 끌어내 라.』 포졸들에게 끌려 나오는 여인들의 치마는 땅에 끌렸으며, 강제 로 허리를 껴안고 나오는 포졸들의 입은 헤벌려 있었다. 마을에서 자색이 ..

불교전설 2012.04.18

도편수의 사랑

불교전설 서울,경기편강화·전등사                                                           도편수의 사랑 경기도 화성군 소재 전등사를 창건할 때의 이야기다. 아침 저녁으로 목욕을 재계하고 톱질 한 번에도 온 정성을 다하 던 도편수는 어느 날 일을 마치고 피곤을 풀기 위해 마을로 내려 와 주막을 찾았다. 텁텁한 막걸리로 목이나 축이려던 도편수는 그만 주막집 작부와 눈이 마주쳤다. 『너 참 예쁘게 생겼구나. 자 이리 가까이 와서 너도 한 잔 마셔 라.』 작부는 간드러진 웃음과 함께 술잔을 비우고는 다시 도편수에게 권했다.『암 들구 말구. 잔이 철철 넘치도록 따라라.』 술이 거나해진 도편수의 눈엔 작부가 더없이 예쁘고 아름다워 보였다. 『너 그 손 참 곱기도 하구나..

불교전설 2012.04.17

삼성산의 신비

불교전설 서울,경기편시흥·호압사                             삼성산의 신비 『음, 또 무너졌구나.』 한양에 궁굴을 건설하기 시작한 태조 이성계는 이제 절망적이 었다. 기둥을 세우고 집을 완성해 놓으면 하룻밤 사이에 무너 져 버리기 벌써 여러 차례. 그러나 태조는 일을 중단치 않았다.『나라 안에서 이름난 대목들을 모두 뽑아 오너라.』태조가 영을 내리자 방방곡곡에서 유명한 장인은 모두 한양 대궐 짓는 곳으로 모였다. 몇 번이나 짓기에 실패한 대궐이기에 장인들은 심혈을 기울여 일했다. 그러나 이들의 정성도 아랑곳없이 대궐은 또 무너졌다. 태조는울화가 치밀었다. 『저 꾸물거리는 대목장이를 이리 불러오너라.』왕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대목장이는 태조 앞에 나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네 이놈 ..

불교전설 2012.04.16

땅굴에서 나온 임금

불교전설 서울,경기편서울·진관사                          땅굴에서 나온 임금 고려 제5대 임금 경종이 승하하자 자매 왕비였던 헌애왕후와 헌정 왕후는 20대의 꽃 같은 젊은 나이에 눈물로 세월을 보냈 다.뛰어난 미모와 정결한 성격으로 왕의 총애를 독차지하던 헌 정왕후는 성안(개경) 10대 사찰의 하나인 왕륜사 별궁으로 거처를 옮겨 관음기도를 하면서 허전한 마음을 달랬다. 부처님께 의지하여 살아오기 어느덧 10년. 헌정왕후는 어느 날 불현듯 자신의 분신인 아들이나 딸이 하나 있었으면 얼마 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내 이 무슨 망상인가. 아니야, 양자라도 하나 들일까.』 이런 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맴돌던 어느 날 밤, 헌정왕후는 송악산에 올라가 소변을 보는데 온 장안이 소변으로 ..

불교전설 2012.04.15

두 그루의 은행나무

불교전설 서울,경기편강화·전등사                         두 그루의 은행나무 『스님-.』『…….』 『노스님-.』동승은 백발이 성성한 노스님 앞으로 가까이 다가서며 목청을 높였다. 노스님은 마치 천년 고목인 양 눈을 감은 채 말이 없다.하늘을 덮은 두 그루 은행나무가 서 있는 일주문 밖에 노스님 은 아침부터 그렇게 앉아 있었다. 『노스님!』사미승은 염주가 들린 노스님의 팔을 잡아 흔들었다.『스님, 관가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또 무슨 일로?』『상감께 진상할 은행을 작년의 두 배인 20가마를 내라는 전 갈입니다.』 두 사람은 잠시 말이 없었다. 산까치 울음소리가 고요한 가을 산사의 적막을 깬다. 노스님은 육환장을 짚고 일어나 동승과 함께 일주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선재야, 너 벼슬아..

불교전설 2012.04.14

바다에서 나온 羅漢像

불교전설 서울,경기편강화·普門寺(보문사)                     바다에서 나온 羅漢像 『오늘은 날씨가 이렇게 화창한 걸 보니 고기가 많이 잡힐 것 같군. 자네는 기분이 어떤가?』 『글쎄, 나도 오늘은 꼭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으이.』 신라 진덕여왕 3년(649) 4월. 강화 보문사 아랫마을 매음리 어 부들은 새봄을 맞아 출어 준비를 하며 만선의 기대감에 가슴이 설레었다. 준비를 마친 어부들은 풍어를 기원하면서 앞바다로 나갔다.4월의 미풍은 바다 내음을 싣고 와 피부를 간지럽혔고, 고기잡 이에 알맞게 출렁이는 물결은 봄햇살 때문인지 여느 때보다 더 욱 풋풋하고 싱그러워 보였다. 그물만 넣으면 금방이라도 고기 들이 가득 담겨 올라올 것만 같았다. 어부들은 콧노래를 부르며 큰 그물을 바닷속에 던..

불교전설 2012.04.13

나녀(裸女)의 유혹

불교전설 서울,경기편소요산·자재암                          나녀(裸女)의 유혹 『이토록 깊은 밤, 폭풍우 속에 여자가 찾아올 리가 없지.』 거센 비바람 속에서 얼핏 여자의 음성을 들었던 원효 스님은 자 신의 공부를 탓하며 다시 마음을 굳게 다졌다. 『아직도 여인에 대한 동경이 나를 유혹하는구나. 이루기 전에 는 결코 자리를 뜨지 않으리라.』 자세를 고쳐 점차 선정에 든 원효 스님은 휘몰아치는 바람과 거 센 빗소리를 분명히 듣는가 하면 자신의 존재마저 아득함을 느 꼈다. 「마음, 마음은 무엇일까?」 운효 스님은 둘이 아닌 분명 한 본래 모습을 찾기 위해 무서운 내면의 갈등에 휘말리고 있었 다. 그때였다. 「바지직」하고 등잔불이 기름을 튕기며 탔다. 순간 원효스님은 눈을 번적 떴다. 비바..

불교전설 2012.04.12

적장(敵將)의 편지

불교전설 서울,경기편광주·남한산성                                            적장(敵將)의 편지 『여보, 아마 우리에게도 기다리던 아기가 생기려나 봐요.』『그렇게 되면 오죽이나 좋겠소. 한데 부인에게 무슨 기미라도…』『간밤 꿈에 웬 스님이 제게 거울을 주시면서 잘 닦아 지니라고 하 시지 않겠어요. 아무래도 태몽인 것 같아요.』 결혼한 지 10년이 넘도록 아기를 갖지 못해 영약이란 영약은 다 먹어 보고 명산대찰을 찾아다니며 기도를 올리던 충남 보은의 김진사댁 부인 박시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남편에게 꿈 이야기 를 했다. 그로부터 10개월 후, 한가위 달빛이 휘영청 밝은 밤, 김진사댁에 서는 낭랑한 사내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기는 자라면서 남달리 총명하여 다섯 살 되던..

불교전설 2012.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