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전설 94

도승과 말세 우물

불교전설충청도편도승과 말세 우물괴산·사곡리 세조가 왕위에 오른 지 몇 해가 지난 어느 해 여름. 오랜 가뭄으 로 산하대지는 타는 듯 메말랐다. 더위가 어찌나 기승을 부렸던 지 한낮이면 사람은 물론 짐승들도 밖에 나오질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스님이 지금의 충청북도 사곡리 마을을 지나며 우물 을 찾았다 더위에 먼 길을 오느라 갈증이 심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스님의 눈엔 우물이 보이질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스님은 어느 집 사립문을 밀고 들어섰다. 『주인 계십니까? 지나가는 객승 목이 말라 물 한 그릇 얻어 마 실까 합니다.』 『대청마루에 잠간 앉아 계세요. 곧 물을 길어 올리겠습니다.』 주인 아낙은 길어다 놓은 물이 없다며 물동이를 이고 밖으로 나 갔다.스님은 아낙의 마음씀이 고마워 대..

불교전설 2012.04.30

왕비의 기도

불교전설 충청도편왕비의 기도영동·영국사 홍건적의 침입으로 송도를 빼앗긴 고려 공민왕은 피난 길에 올 랐다. 왕비(노국공주)는 물론 조정의 육조 대신들과 함께 남으로 내 려오던 공민왕 일행이 충청북도 영동군 양산면을 지날 때였다. 「디∼잉」「디∼잉」 어디선가 아름다운 범종소리가 울려왔다. 신심돈독한 왕은 행 차를 멈추게 하고 말에서 내렸다. 해질녘 인적 드문 계곡에 메아리치는 범종소리는 마음이 착잡 한 공민왕을 더욱 숙연케 했다.『오! 참으로 성스러운 종소리로구나. 어디서 울리는 소리인지 알아보도록 해라.』 『저 종소리는 아마 인근에 위치한 국청사에서 울려오는 소리 인 듯 하옵니다.』 『국청사란 어떤 절인고?』『일찍이 신라 진평왕 30년 원광법사가 창건한 절로 대각국사 의천 스님께서 천태교학을 강하고 교선..

불교전설 2012.04.29

정진스님의 예언

불교전설 충청도편정진스님의 예언문의·대청댐 『법일이 게 있느냐?』 『예, 여기 있습니다.』『내일 아침 일찍이 길을 떠날 터이니 자기 전에 준비하도록 해라.』 『예, 스님.』 중국 당나라 곡산의 도연 스님에게서 진성을 닦고 귀국하여 광 주 백암사에 오랫동안 주석해온 경양 정진선사(878∼956)는 무 슨 생각에서인지 30년 가까이 법석(法席)을 펴온 광주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튿날 아침. 정진선사는 대중에게 인사를 했다. 『츨가 사문이란 본래 운수납자라 했거늘 내 이곳에 너무 오래 머물렀소. 오늘부터 발길 닿는 대로 길을 떠나 법을 펴야 할 자 리가 보이면 다시 그곳에 터를 잡아 불법을 전하려 하니 백암사 는 여러 대중이 합심하여 법을 널리 펴고 가람을 수호토록 하시 오.』 『스님, 그렇다고 이렇..

불교전설 2012.04.28

무심천의 칠불

불교전설 충청도편무심천의 칠불청주·용화사 조선조 광무 5년(1901). 내당에서 잠자던 엄비는 참으로 이상한 꿈을 꾸었다. 갑자기 천지가 진동을 하며 문풍지가 흔들리는 바람에 엄비는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하늘을 쳐다보았다. 순간 엄비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색영롱한 안개 속에 칠 색의 선명한 무지개가 자신의 처소인 내당을 향해 뻗고 있는 것이 아닌가.엄비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옷매무시를 가다듬고는 방으로 들 어와 정좌한 후 밖을 보았다. 이번엔 아름다운 풍악이 울리는 가운데 일곱 미륵부처님이 일곱 선년의 부축을 받으며 내당을 향해 오고 있었다. 엄비는 얼른 일어섰다. 주위에는 온갖 나비와 새들이 저마다 자태를 뽐내며 춤을 추고 있었고 하늘에선 꽃비가 내렸다.부처님 일행이 내당에 도착하자 엄비는 ..

불교전설 2012.04.27

구렁이 아들

불교전설 충청도편구렁이 아들부여·가장굴 충남 부여군 임천면 가장굴이란 마을에 천석꾼 조씨가 살고 있 었다.재산이 많은 데다 늘그막에 기다리던 아들까지 보게 된 조부자 내외는 더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한 스님이 조부자 집 문간에 서서 염불을 하고 있었다. 마을 뒤 편 무재산 보광사에서 탁발하러 내려온 천수 스님이었다.『아이구 보광사 스님이시구먼유.』 『예, 그렇습니다.』 천수 스님은 합장한 채 공손히 인사를 했다. 『시주를 드릴 터이니 염불은 그만하시고 어서 딴 집으로 가 보셔유.』조부자 아내는 몇 줌 안되는 쌀바가지를 내밀었다. 스님은 메 고 있던 바랑에 쌀을 받으면서 말했다. 『염불을 좀더 해야겠습니다.』조부자 아내는 내심 거추장스러웠지만 정중하..

불교전설 2012.04.26

시냇가의 아이들

불교전설 충청도편시냇가의 아이들논산·관촉사 고려 제4대 광종 19년(968). 지금의 충남 논산군 은진면 반야산 기슭 사제촌에 사는 두 여인의 산에 올라 고사리를 꺾고 있었다. 『아니 고사리가 어쩜 이렇게도 연하면서 살이 올랐을까요?』 『정말 먹음직스럽군요. 한나절만 꺾으면 바구니가 넘치겠어요. 호호….』두 여인은 정담을 나누며 고사리 꺾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때였다. 어디선가 어린아이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 가. 『아니, 이 산중에 웬 아기 울음소리일까요?』 『글세 말이에요, 어디 한번 가볼까요?』『그러지요.』 두 아낙은 어린아이 울음 소리를 따라가 보았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어린아이는 보이지 않고 갑자기 땅이 진동하면서 눈앞 에 거대한 바위가 솟아오르고 있었다.『에그머니나, 이게 무슨 조..

불교전설 2012.04.25

은혜 갚은 소

불교전설 충청도편은혜 갚은 소계룡산·공우탑 지금으로부터 약 4백 년 전. 이 땅에 침입한 왜구들은 많은 절에 불을 지르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노략질해 갔다. 왜구의 불길은 의상대사가 화엄대학지소를 열었던 계룡산의 천년 고찰 갑사에까지 옮겨져 천 여 칸의 화엄대찰이 일시에 잿더미로 화 했다. 임진왜란과 정유왜란이 평정된 후 뿔뿔이 흩어졌던 스님들은 폐 허가 된 절을 찾아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다. 『여보게, 학인들이 이렇게 찾아드니 아무래도 중창불사를 시작 해야 할 것 같네.』 『시중 살림도 살림이지만 마을 신도들도 난리에 시달려 모두 생 활이 어려운데 불사가 여의할까?』 난을 피해 피난을 가지 않고 절을 지킨 인호, 경순, 성안, 병윤 네 스님은 갑사를 다시 중창하여 지난날처럼 많은 학인 스님들이 공..

불교전설 2012.04.24

효자와 산삼

불교전설충청도편효자와 산삼공주·월곡리 지금의 충청남도 공주군 의당면 월곡리에 한 젊은 내외가 늙은 아버지와 일곱 살짜리 아들과 함께 단란하게 살고 있었다. 살림 은 넉넉치 않으나 마음씨 고운 내외는 열심히 일하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연로하신 아버지가 갑자기 몸져눕게 되었다. 효성이 지극한 젊은 내외는 백방으로 수소문하여 좋다는 약은 다 써 보았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여보, 아무래도 아버님께서 속히 일어나시지 못할 중병에 걸 리셨나봐요.』 『그래도 어디 좀더 노력해 봅시다.』 긴 병에 효자 없다지만 젊은 내외는 지극 정성으로 간병을 했다. 젊은이의 아내는 약으로 효험을 얻지 못하자 문득 기도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어릴 때 목욕재계하고 기도하시 던 친정 어머니 모습이..

불교전설 2012.04.23

거지청년의 죗값

불교전설 충청도편거지청년의 죗값공주·도척이바위 사람들이 흔히 몹시 악한 사람을 일러 「도척이 같은 놈」이라 고 말한다. 이는 옛날 중국 춘추시대에 9천 명의 부하를 거느리 고 나라 안을 휩쓸며 악한 짓을 한 유명한 도둑 도척에 비유하 여 생긴 일종의 욕이다. 엣날 백제의 도읍지 공주에 한 게으름뱅이 젊은이가 살고 있었 다. 그는 어려서부터 아주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끼니를 굶기가 예 사였다. 그러나 일할 생각은 안하고 때가 되면 이집 저집 문전 걸식을 하면서 자란 탓인지 그는 청년이 되어서도 놀면서 얻어 먹으며 세월을 보냈다. 그런데다 그는 마음씨까지 아주 고약했다. 어느 날 아침 게으름뱅이 청년은 늦잠을 자고 난 뒤 밥 얻으러 가는 일마저 귀찮아 엊저녁에 먹다 남은 찬밥 덩이를 먹고 있는 데 나이가 지..

불교전설 2012.04.22

금빛 까마귀

불교전설 충청도편금빛 까마귀예산·향천사 백제 의자왕 때다. 7척 키에 인물이 준수하며 범학에 뛰어난 보 조국사 의각 스님이 있었다.스님은 평소 반야심경을 늘 지송했 다. 스님이 중국에서 공부할 때의 일이다.잠자리에 들려던 혜의 스님은 밖에서 섬광이 일고 있음을 엿보 았다.『아니 이 밤중에 웬 빛일까?』 놀란 혜의 스님은 선뜻 문을 열지 못하고 창틈으로 엿보았다. 「저 곳은 의각 스님 방이 아닌가.」 이때 의각 스님은 방에 단정히 앉아 반야심경을 독송하고 있었 다. 『간밤에 내가 눈을 감고 반야심경을 백 번 외우고 눈을 떠보니 사방벽이 뚫린 듯 뜰 밖까지 훤히 보이더군요. 웬일인가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벽을 만져 보았으나 벽과 창이 모두 달려 있어 다시 앉아서 경을 외웠는데 역시 뜰 밖이 보였습니다. 이는..

불교전설 2012.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