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전설 94

헤올의 장좌불와

불교전설 경상도편헤올의 장좌불와통영·벽방산 지금으로부터 6백여 년 전 어느 봄날. 그림처럼 아름다운 남해 바다에 돛단배 한 척이 육지를 향해 들어오고 있었다. 『여보, 우리가 마치 요람에 든 아기 같구려.』 외로운 섬생활을 청산하고 육지로 이사하는 노부부는 더없이 흡족했다. 그들이 이처럼 즐거워하는 것은 비단 배 안의 아늑 함 때문만은 아니었다.자식이 없어 적적하던 이 부부에게 뒤 늦게나마 경사가 생긴 것이다.『뱃속의 아기도 기분이 좋은가 봐요.』 『아, 그래요!』 미처 아기 생각을 못했다는 듯 노인은 눈을 둥그렇게 뜨고 웃었 다. 육지에 오르면 집을 마련하고 아기를 낳아 단란한 가정을 이룰 꿈에 부풀어 얼마쯤 왔을 때다. 『아니 배가 왜 꿈쩍을 안할까.』 노인은 재빨리 노를 챙겨 저었다. 그러나 배는 ..

불교전설 2012.05.10

스승을 제도한 상좌

불교전설 경상도편스승을 제도한 상좌지리산·영원사 임진왜란 때 동래 범어사에 매학이란 스님이 있었다. 이 스님 은 원래 욕심이 많아 신도들의 재물을 탐내어 수도보다는 재 물을 모으는데만 눈이 어두웠다. 어느 날 매학 스님이 지금의 화정, 당시 조선 병사들이 진을 치고 있던 소산 앞을 지나다가 조그만 초가집에 서기가 돌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스님이 옷깃을 여미고 그 집에 들어서니 옥동자가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며 태어나는 순간이었다.토방 앞에 다다른 스님은 밖에서 기침을 하고는 산모를 향해 말했다.『태어난 아기는 불가와 인연이 깊은 옥동자입니다. 그러니 잘 길러 주시면 몇 년 후 내가 와서 데려갔겠습니다.』 아기를 낳느라 힘이 빠져 기진맥진한 산모는 아기가 불연이 있다는 말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불가에 인..

불교전설 2012.05.09

호로병의 신비

불교전설 경상도방편호로병의 신비부산시 동래·원효대 『대선아.』『네, 스님.』 『너 아랫마을에 내려가 호로병 다섯 개만 구해 오너라.』 『갑자기 호로병은 뭐 하실려구요?』 『쓸 데가 있느니라. 어서 사시마지 올리기 전에 다녀오너라.』대선 사미가 마을로 내려가자 원효 스님은 동해가 내려다보이 는 큰 바위에 가부좌를 틀고 선정에 들었다.『어떻게 할까?』 지그시 눈을 내려감은 원효 스님은 수차의 자문자답 끝에 자기 희생쪽을 택했다. 스님은 왜구들이 말을 듣지 않을 경우 5만 왜구를 살생키로 각오했다. 그것은 무고히 짓밟힐 신라 백성을 구하면서 적군 마저도 살생죄를 범치 않게 하려는 보살심이었 다.5만 명 살생이란 큰 죄를 스스로 짊어지려는 결심이 서자 원효 스님은 자기 집착에서 벗어나 후련한 듯 눈을 크게 떴다..

불교전설 2012.05.08

노파의 가르침

불교전설 경상도편노파의 가르침영축산·연회사 『도력은 무슨 도력, 매일 먹고 자는 일 아니면 하산하여 탁발 이나 하는 것이 고작인 스님을 바라보고 3년씩이나 기다린 내 가 어리석었지.』《법화경》강의로 신통자재하다는 스님을 찾아 영취산 토굴 에 가서 삭발한 연회 스님은 이제나 저제나 하고 《법화경》 강설을 기다리다 결국은 떠나기로 결심했다. 3년이 되도록 나무하고 밥하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연회 스님이 걸망을 지고 막 토굴을 나서려는데 준수하게 생긴 낯선 스님 한 분 이 찾아왔다. 『누구신지요?』 『예, 낭자 스님의 법제자가 되려고 찾아온 지통이라 합니다.』 연회 스님은 내심 놀랐다. 『아니 지통 스님같이 고명하신 분이 우리 스님의 법제자가 되려 하다니….』 연회 스님은 마음의 의문을 풀기 위해 다시 물었..

불교전설 2012.05.07

날으는 판자

불교전설 경상도편날으는 판자양산·천성산 원효대사(617∼686)가 경상남도 양산군 통도사 앞에 있는 지금 의 천성산에서 수도하고 있을 때다. 토굴에서 눈을 감고 가부좌를 튼 채 좌선에 들었던 대사는 갑 자기 혀를 차면서 걱정스런 음성으로 혼잣말처럼 되뇌었다.『어허 이거 참 큰일났는 걸. 어서 서둘러야지, 그렇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다치겠구나.』 원효대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무엇 인가를 급히 찾았다. 원효 스님을 시봉하기 위해 바로 윗방에 기거하고 있던 학진 사미는 참선 삼매에 들었던 큰방 스님이 갑자기 일어나 황급히 뭔가를 찾는 모습이 이상하기만 했다. 『스님! 무슨 일이십니까?』 『화급을 다투는 일이 생겼느니라.』사미승은 어안이벙벙했다.『스님, 사방이 모두 조용하기만 한데 어디서..

불교전설 2012.05.06

스님을 사모한 처녀

불교전설 경상도편스님을 사모한 처녀양산·통도사 언제인지 분명치 않지만 통도사에서 가장 높은 산내암자 백운 암에 홍안의 젊은 스님이 홀로 경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장차 훌륭한 강백이 되기를 서원한 이 스님은 아침 저녁 예불을 통 해 자신의 염원을 부처님께 기원하면서 경 읽기를 게을리 하 지 않았다. 아직 산기슭 군데군데에 잔설이 남아 있던 어느 봄날. 스님은 여느날과 다름없이 저녁 예불을 마치고 책상 앞에 단정히 앉 아 경을 읽고 있었다. 문든 인기척이 나는가 싶더니 아리따운 아가씨의 음성이 밖에 서 들려왔다. 『스님, 계십니까?』 『뉘신지요?』 문을 연 스님은 이번엔 귀가 아니라 눈을 의심했다. 목소리만 큼 아름다운 처녀가 바구니를 든 채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늦은 시각, 이렇게 깊은 산중에 웬일이십..

불교전설 2012.05.05

자장율사와 금개구리

불교전설 경상도편자장율사와 금개구리영축산·자장암 양산 통도사 산내 암자인 자장암 법당 뒤 절벽 바위에는 1천4백 년 전부터 금개구리가 살고 있다고 전한다. 요즘도 자장암에서 정성들여 기도를 잘하면 볼 수 있다는 이 금개구리는 자장율사 가 통도사를 세우기 전, 석벽 아래 움집을 짓고 수도하고 있을 때 나타났다. 어느 날 저녁 자장율사는 공양미를 씻으러 암벽 아래 석간수가 흘러나오는 옹달샘으로 나갔다. 바가지로 막 샘물을 뜨려던 스 님은 잠시 손을 멈췄다.『웬 이럴 수가. 아니 그래 어디 가서 못 놀아서 하필이면 부처 님 계신 절집 샘물을 흐려놓는고.』 스님은 샘에서 흙탕물을 일으키며 놀고 있는 개구리 한 쌍을 두 손으로 건져 근처 숲속으로 옮겨 놓았다. 다음날 아침. 샘가로 나간 자장 스님은 개구리 두 마..

불교전설 2012.05.04

동지팥죽과 나한

불교전설 경상도편동지팥죽과 나한동래·마하사 『이봐요, 공양주.』『왜 그래요….』『왜 그래요가 다 뭐요. 오늘이 무슨 날인데 잠만 자고 있습니 까? 어서 일어나요.』 『무슨 날은 무슨 날이에요, 해뜨는 날이죠.』 『허참 오늘이 동짓날 아닙니까, 동짓날. 팥죽을 쑤어서 공양 올려야지요.』 세상 모르고 늦잠을 자던 공양주 보살은 해봉 스님의 이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아이구! 이거 야단났군, 야단났어. 내 정신 좀 봐. 동짓날 팥죽 쑤는 것을 잊고 늦잠을 자다니.』 공양주 보살은 놀란 토끼처럼 자리를 차고 일어나 허겁지겁 옷을 주워 입고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어휴 이를 어쩌나….』 아궁이 불시가 꺼져 재만 남은 것이 아닌가. 해는 벌서 뜰앞 소나무 가지에 걸렸는데 언제 불을 지펴 죽을 쑤어야 할지 공양주..

불교전설 2012.05.03

백련선사와 호랑이

불교전설 경상도편백련선사와 호랑이가야산·백련암 살을 에는 듯한 세찬 바람에 나무들이 윙윙 울어대고 눈보라마 저 휘몰아치는 몹시 추운 겨울밤. 칠흑 어둠을 헤치고 한 스님이 해인사 큰절에서 백련암을 향해 오르고 있었다. 『허허, 날씨가 매우 사납구나.』한 손으로는 바위를, 다른 한 손으로는 나무를 잡으며 신중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스님의 법명은 백련. 스님은 가야산 깊은 골에 외따로 암자를 세워 자신의 법명을 붙여 백련암이라 칭하고 동자 하나를 데리고 수도에 전념하고 있었다. 스님이 암자를 비우면 어린 동자가 스님이 돌아오기를 기다리 며 홀로 암자를 지켰다. 오늘도 큰절에서 주무시고 가라고 붙잡았지만 스님은 막무가 내였다. 사위가 어둠에 사인 산길을 걷는 스님의 발길은 험한 날씨 탓 인지 오늘따라 무겁기..

불교전설 2012.05.02

용궁에서 온 강아지

불교전설 경상도편용궁에서 온 강아지합천·海印寺 80년 넘은 늙은 내외가 가야산 깊은 골에 살고 있었다. 자식이 없는 이들 부부는 화전을 일구고 나무 열매를 따 먹으면서 산 새와 별을 벗 삼아 하루하루를 외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을 먹고 도토리를 따러 나서는 이들 앞에 복실복실한 강아지 한마리가 사립문 안으로 들어섰다. 1년 내내 사람의 발길이 없는 깊은 산중이어서 좀 이상했으나 하도 귀여운 강아지인지라 「좋은 벗이 생겼다」 싶어 붙들어 키우기로 했다. 노부부는 마치 자식 키우듯 정성을 쏟았고, 강 아지는 날이 갈수록 무럭무럭 자랐다.이렇게 어언 3년이 흘러 강아지는 큰 개로 성장했다.꼭 만 3년 이 되는 날 아침, 이 집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밥을 줘도 눈 도 돌리지 않고 먹을 생..

불교전설 2012.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