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전설 94

화공과 관음상

불교전설 경상도편화공과 관음상경주·중생사 옛날 중국 천자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하나 있었는데, 그 여인은 천하 절색의 미녀였다. 『아마 이처럼 아름다운 여인은 고금에는 물론 그림에서도 볼 수 없을 것이니라.』 이처럼 흡족해 한 천자는 어느 날 미모의 여인과 함께 있는 자 리에 화공을 불렀다. 『화공은 듣거라. 오늘부터 이 여인의 실제 모습을 한치도 틀 림없이 그려 그녀의 아름다움을 오래오래 볼 수 있도록 해라.』 왕명을 받은 화공의 이름은 전하여지지 않으나 혹자는 장승요 라고도 한다. 그 화공은 천자의 명을 받들어 여인의 모습을 다 그렸는데 그 만 마지막 붓을 놓는 순간 붓을 잘못 떨어뜨려 그림 배꼽 밑에 붉은 점을 찍어 놓게 되었다. 아무리 지원 보려 했으나 고쳐 지질 않았다. 화공은 어느 결에 그 미인..

불교전설 2012.05.20

묘를 쓰다 생긴 이변

불교전설 경상도편묘를 쓰다 생긴 이변칠곡·송림사 눈발이 희끗희끗 날리며 바람마저 세차게 부는 추운 겨울 점심 무렵. 아름드리 소나무가 무성한 얕은 산에 화려한 상여 하나가 다다 랐다. 관이 내려지자 상주들의 곡성이 더욱 구슬퍼졌다. 땅을 치고 우는 사람, 관을 잡고 우는 사람 등 각양 각색으로 슬픔을 못이겨 하는데 오직 맏상주만은 전혀 슬픈 기색조차 보이질 않 았다. 40세쯤 되어 보이는 그는 울기는 커녕 뭘 감시하는 듯 연 신 사방을 둘러보며 두 눈을 번득였다. 마을 사람들과 일꾼들은 그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죄송합니다. 오늘 장례식에서는 떡 한 쪽, 술 한 잔도 드릴 수가 없습니다. 또 새끼 한 뼘, 거적 한 장도 가져서는 안됩니 다. 그 대신 일꾼 여러분에게는 장..

불교전설 2012.05.19

묘정의 여의주

불교전설 경상도편묘정의 여의주경주·금광정(金光井) 때는 신라 38대 원성왕 8년(792) 봄. 경주 황룡사 지해법사를 궁중으로 모셔 50일간 화엄산림법회를 열었다. 지해 스님 시봉 묘정은 발우를 든 채 우물 속을 들여다봤다. 한낮의 물 속에는 한가롭게 떠가는 구름을 등진 사미승이 그 를 쳐다보고 있었다. 묘정은 한동안 물 속의 사미승을 바라보 다가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아니야! 내가 아냐. 물 속의 사미는 묘정이 아니야.』 그는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며칠 전 궁녀들이 주고받던 소리 가 아직도 귓전에 생생했다. 『묘정 사미 얼굴은 와 그러노?』『스님 되길 잘했지. 그 얼굴 보고 누가 시집가려 하겠나?』 묘정은 아직껏 한 번도 자기 용모에 대해 생각해 본 일이 없 었다.『나를 본 사람이 까닭없이 미움..

불교전설 2012.05.18

머슴이 세운 절

불교전설 경상도편머슴이 세운 절월성·영원사 보구는 나이 40이 넘도록 장가를 못 든 채 마을 좌장집에서 머 슴살이를 하며 혼자 살고 있었다. 비록 거느린 식구 없이 혼자 였지만 그는 외로운 줄 모르고 성실히 일하며 주위 사람들에 게는 늘 웃음을 보내는 착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더 운 여름이 다 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보구는 전보다 말수가 줄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했다. 『자네 요즘 무슨 걱정이라도 생겼는가?』『아닙니다.』 이상히 여긴 좌장어른이 물어봐도 보구는 신통한 답을 들려 주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나들이를 다녀오던 좌장은 자기 눈을 의심했다. 『보구가 이웃마을에 와서 빈집을 헐고 있다니? 저건 분명 보구 모습인데….』 좌장은 가던 길을 멈추고 가까이 다가갔다..

불교전설 2012.05.17

진정법사 어머니

불교전설 경상도편진정법사 어머니소백산·추동 신라 진정법사는 몹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아버지 를 여읜 그는 품을 팔아 홀어머니를 극진히 봉양했다. 집안이 너무 어려워 장가도 들지 못한 채 어머니께 효도를 다 했으므로 마을에서는 칭찬이 자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스님 한 분이 그의 집에 와서 쇠붙이 시주를 구했다. 살림이 워낙 가난한지라 그의 집에 철물이라고는 다리 부러진 쇠솥 하나밖에 없었다. 본시 불심이 돈독한 진정의 어머니는 생각다 못해 다리 부러진 솥을 스님께 내드렸다. 저녁때가 되어 품팔이 갔던 아들이 돌아오자 어머니는 낮에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상의도 없이 선뜻 하나밖 에 없는 솥을 보시했다고 아들이 화를 낼까 염려하던 어머니 는 의외로 기뻐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불교전설 2012.05.16

호랑이 처녀의 비련

불교전설 경상도편호랑이 처녀의 비련경주·호원사 신라 38대 원성왕 8년(792) 사월 초파일. 청년 김 현은 영험 있 기로 소문난 흥륜사 앞뜰 5층탑에서 밤이 깊도록 탑돌이를 하 고 있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얼마 동안 탑을 돌다가 기도를 마치고 막 돌아가려던 김 현은 걸음을 멈칫했다. 『아니, 이 밤에….』 뒤를 돌아다본 김 현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아리따운 여인이 자기 뒤를 좇아 탑돌이를 하는 것이었다. 성 안에서 처음 보는 미녀였다. 김 현은 그녀에게 말을 걸고 싶었으나 그 모습이 어찌나 근엄하고 정결했던지 감히 접근하지 못했 다.『음, 내일밤 다시 와야지.』 다음날 밤, 삼경의 인경이 울리자 김 현은 흥륜사 경내로 들어 섰다. 그녀는 벌서부터 탑돌이를 하고..

불교전설 2012.05.15

비련의 무영탑

불교전설 경상도편비련의 무영탑경주·불국사 울창한 소나무숲에 가리운 불국사 쪽을 바라보는 아낙의 눈엔 어느덧 이슬이 맺혀 여윈 볼을 타고 흘렀다. 멀리 백제 땅에서 지아비를 찾아온 아사녀.그리움에 지쳐 먼 발치서나마 남편의 모습을 보고자 신라 땅을 찾았으나 용이치 가 않았다. 그녀는 깊은 한숨을 몰아쉬며 못 속을 들여다봤다. 흐르는 것 은 흰 구름뿐 남편 아사달도, 아사달이 조성하고 있는 석가탑 의 그림자도 보이질 않았다.다시 고개를 들어 숲속을 바라보 는 순간 아낙은 흠칫 놀랐다. 아사달의 얼굴이 환히 웃으며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아낙은 불국사 입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흘러내리는 치맛자락을 잡으며 난간에 앉 아 있는 스님에게 다가갔다. 『스님, 아무리 연못 속을 들여다봐도 그리운 남편의 모..

불교전설 2012.05.14

땀 흘리는 비석

불교전설 경상도편땀 흘리는 비석밀양·표충사 임진왜란 때 나라를 분연히 앞장섰던 승병대장 사명대사의 구 국의지를 기리기 위해 조선조 선조대왕은 명을 내렸다.『사명대사에 고향에 전각을 세우고 그곳에 스님이 진영을 봉 안하여 훗날까지 스님의 충혼을 모시도록 해라.』 임금의 명이 떨어지자 사명대사의 출생지인 경남 밀양군 무안 면 산강리에는 사당이 세워지고 스님의 영정이 봉안됐으며, 선조는 이 전각을 「표충사」라 사액했다. 『누구든 이 표충사 근처를 어지럽히거나 신성시 하지 않을시 는 엄히 다스리도록 하라.』친히 사액한 선조는 고을 원에게 이처럼 신신당부하여 사명 스님의 호국정신을 치하했다. 그로부터 관료는 말할 것도 없 고 백설들까지도 그 사당 앞을 지날 때는 늘 경건한 마음으로 참배를 올렸다. 그렇게 백 여 ..

불교전설 2012.05.13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불교전설 경상도편노힐부득과 달달박박경남·창원 옛날 신라의 진산으로 알려진 백원산(지금의 경남 창원 소재)아 래 자리한 어느 마을에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이란 두 청년 선비 가 살고 있었다. 풍채가 좋고 골격이 범상치 않은 두 청년은 속 세를 초월한 높은 이상을 지닌 좋은 친구였다. 이들이 20세가 되던 어느 가을날. 두 사람은 백월산에 올라 먼 산에 곱게 물든 단풍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겨 있었다. 이때 부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여보게, 우리가 이렇게 평범한 생활에 만족하여 지낼 수가 없지 않은가.』『자네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군. 나도 동감일세.』 두 청년은 그날 함께 출가할 것을 결심, 그 길로 마을 밖 법적방 (창원에 있던 절)에 가서 머리 깎고 스님이 되었다. 그 후 부득은 회진암에, 박박은 유리..

불교전설 2012.05.12

일곱 왕자와 허왕후

불교전설 경상도편일곱 왕자와 허왕후하동·칠불사 가야국 김수로왕은 어찌된 영문인지 왕비맞을 생각을 하지 않 았다. 걱정하던 신하들은 어느 날 아침 조정 회의를 마친 후 왕에게 좋은 배필을 골라 왕비로 모실 것을 권했다.『경들의 뜻은 고맙소. 그러나 내가 이 땅에 내려온 것은 하늘 의 명령이었고 왕후를 삼는 일 역시 하늘의 명령이 있을 것이 니 경들은 염려치 마오.』 그러던 어느 날, 왕은 배와 말을 준비하고 바닷가에 나아가 손 님이 오거든 목련으로 만든 키와 계수나무 노를 저어 맞이하도 록 신하들에게 명령했다. 신하들이 바다에 다다르니 갑자기 바다 서쪽에서 붉은 빛의 돛을 단 배가 붉은 기를 휘날리면서 해변에 이르고 있었다. 그러나 20여명의 신하와 노비 그리고 금은 보석을 잔뜩 싣고 온 배안의 공주는 선..

불교전설 2012.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