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이야기 120

122.붓을 던지고 羽化登仙(우화등선)결국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122.붓을 던지고 羽化登仙(우화등선)결국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김삿갓은 가물가물하는 정신을 가다듬고, 마지막 정력을 다 쏟아 詩魂(시    혼)을 불사른다.               새벽종소리 들으며 방랑길에 오르니               생소한 객지라서 마음 애달팠노라               從南曉鐘一納履(종남효종일납리)               風土異邦心細量(풍토이방심세량)               마음은 고향 그리는 떠돌이 여우같고               신세는 궁지에 몰린 양 같은 나로다.               心猶異域首丘狐(심유이역수구호)               勢亦窮途觸藩羊(세역궁도촉번양)               머리 굽신거림이 어찌 내 본성이리요               ..

김삿갓 이야기 2025.01.14

121. 적벽강에서

121. 적벽강에서    김삿갓이 和順 同福(화순 동복)으로 申錫愚(신석우) 선비를 찾아 왔을 때    는 몸을 가누기조차 어려울정도로 극도로 쇠약해 있었다.     50고개를 바라보는 시골 선비 신석우는 안진사의 소개편지를 받아 보고     김삿갓을 무척 측은히 여기며 별채까지 내주면서 푹 쉬기를 권했다.     그러나 김삿갓은 다음 날 아침 赤壁江(적벽강)을 가보겠다고 고집을 부린    다. 주인이 만류하다 못해 직접 모시고 가겠다고 했으나     김삿갓은 조용히 구경하고 싶다며 아무 방해도 받지 않도록 작은 배 한 척    만 혼자 탈 수 있도록 구해 달라고 했다.     할 수 없이 나루터까지만 같이 와서 혼자 배를 타게 해 줄 수밖에 없었다.    물 위에 둥둥 떠도는 작은 배는 노를 젓지 않아..

김삿갓 이야기 2025.01.13

120. 깨달음의 경지에

120. 깨달음의 경지에    정처 없이 호남일대를 떠돌던 김삿갓은 강진을 떠날 때 안진사가 써준 편지     를 꺼내 보았다.     김삿갓이 화순의 동복에 소동파의 ‘적벽부’에 나오는 적벽강과 똑같은 강이    있다는데 꼭 한 번 찾아가 보겠다고 했을 때 그 곳에 가려거든 申錫愚(신석    우)라고 하는 자기 친구를 찾아 가라면서 써 준 편지였다.     김삿갓은 이제 기력이 쇠잔하여 더 이상 방랑할 수도 없었다.     신석우라는 선비를 찾아가서 신세를 지면서 마지막으로 적벽강이나 보았 으    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벽강이 있다는 화순 동복을 찾아가는 길에 迦智山(가지산)의 명찰 寶林寺    (보림사)와 龍泉寺(용천사)를 구경하고 풀밭에 누워 피로를 풀며 자기 신세를    다음과 같..

김삿갓 이야기 2025.01.12

119. 삿갓

119. 삿갓    산길을 걸어오노라니 바람은 차도 등에서는 땀이 흐른다.     땀을 식히려고 삿갓을 벗어 들고 그윽이 바라보았다. 40 성상을 풍우를     같이 해 온 삿갓은 낡을 대로 낡아 내버려도 주어갈이 없겠지만 그에게    는 자신의 대명사가 되어 있는 삿갓이 무한히 정답게 느껴져서 즉석에    서 詠笠(dudflq) 이라는 시를 한 수 읊었다.               가벼울손 나의 삿갓 빈 배와 같구나               한번 쓰고 사십 평생 같이 살아왔도다.               목동이 들에서 소를 몰 때 가볍게 걸치고               늙은 어부 갈매기를 벗 삼아 쓰던 것인데               浮浮我笠等虛舟(부부아립등허주)               一着平生四十秋..

김삿갓 이야기 2025.01.11

118. 담 뱃 대

118. 담 뱃 대    김삿갓에게는 항상 꽁무니에 차고 다니는 또 하나의 친구 담뱃대가 있었다.    심심할 때 피우는 것이라고 해서 담배를 라고도 했다.     심심해서 담배를 한 대 피워 물고 담뱃대를 요모조모 살펴보다가 즉흥시 한    수를 읊었다.              둥근 머리에 목은 굽고 몸은 길기도 한데               은장식 구리장식 값이 헐하지 않다               푸른 연기 한 번 빨면 안개가 자옥하니               향초가 탈 때마다 봄도 함께 사라지네.               圓頭曲項又長身(원두곡항우장신)               銀飾銅裝價不貧(은식동장가불빈)               時吸靑煙能作霧(시급청연능작무)               每焚香草暗消..

김삿갓 이야기 2025.01.10

117. 그림자

117. 그림자    안진사 댁을 나온 김삿갓은 다시 정처 없는 길을 걸어가다가 문득 자기     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다보았다.     ‘결국 죽는 날까지 나의 유일한 친구는 오직 나의 그림자가 있을 따름인    가 보구나.’     햇빛이나 달빛에 따라 형태가 여러 가지로 변하지만 언제나 자기를 따    라다 니는 충실한 벗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오나가나 너는 항상 나를 따라 오는데               서로가 비슷해도 네가 나는 아니로다.               달빛 받아 길어지면 괴상한 꼴이 되고               한낮에 뜰에 서면 난쟁이 꼴 우습구나.               進退隨儂莫汝恭(진퇴수농막여공)                汝儂酷似實非儂(여농혹사실비농..

김삿갓 이야기 2025.01.09

116. 안진사 댁을 떠나며

116. 안진사 댁을 떠나며    안진사 댁에서 보낸 한 겨울은 무척 푸근했다.     어느 때는 연못가에서 개구리소리를 들으며 무념무상의 경지에 잠기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창가에 기대앉아 달을 바라보며 한밤을 지새우기도 했     으며, 언젠가는 소나기 퍼붓는 광경을 바라보며 풍류시를 읊기도 했다.               방초 푸른 늪에서는 개구리소리 요란하고               손님 없는 문전에는 시골길 한가롭다               소나기 퍼붓는 비바람에 대나무 흔들리고               물고기 날뛰는 물보라에 연잎이 번득인다.               斑苔碧草亂鳴蛙(밤태벽초란명와)               客斷門前村路斜(객단문전촌로사)               山雨驟來..

김삿갓 이야기 2025.01.08

115, 康津(강진)에서의 수양

115, 康津에서의 수양    어머니를 저 세상으로 보낸 김삿갓은 몸도 마음도 쇠잔하여 가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본 광한루에서 만난 한 선비는 소개장을 써 주면서 강진 고    을의 안진사를 찾아 가라고 권했다.     과연 안진사는 선비 중의 선비였다.     반갑게 맞아주면서 한겨울 자기 집에 묵으면서 편히 수양하라고 했다.     뒤에는 산이 있고 앞으로는 바다가 바라보여서 수양하기에 안성맞춤이었    고, 더욱이 뒷산 위에는 조망이 좋은 정자까지 있어서 더욱 좋았다.     안진사의 극진한 배려 속에 한 겨울 푹 쉬면서 안진사와 함께 지내보니 그    는 인품과 언행이 비길 데 없는 도덕군자였다.     그러니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를 존경한다.     김삿갓도 이에 감탄하여 그를 간접..

김삿갓 이야기 2025.01.07

114. 광한루에서

114. 광한루에서    情絲怨緖(정사원서=애정과 원한은 서로 엇갈려 돌아감)라는 말도 있고,    樂不可極 (락불가극=즐거움은 끝까지 누리는 것이 아니다)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만남과 헤어짐은 때가 있는 법, 김삿갓은 娟月(연월)의 집에서 5,6일 묵은    후에 그의 만류를 뿌리치고 단호히 일어서 작별을 고했다.     그리고는 益山(익산)을 거쳐 춘향의 고사가 얽힌 전라도 南原(남원)의 廣    寒樓(광한루)를 찾아 갔다.     역시 광한루는 경치도 정자도 모두 좋아서 그런지 시인 묵객들이 모여들    어 곳곳에서 시회가 열리고 술 인심도 좋았다.     김삿갓을 알아본 선비들이 여기저기서 함께하기를 청했다. 그래서 김삿    갓은 광한루에서 시를 여러 편 지었다.        ..

김삿갓 이야기 2025.01.06

113. 구두래 나루의 酒母 娟月(주모연월)

113. 구두래 나루의 酒母 娟月(주모연월)     구두래 나루터에는 퇴물임 늙은 기생이 낸 작은 술집이 이었다.     말이 통하는 여인이었다. 젊어서 늙은 정인을 하나 만났는데 그가 죽은 후     혼자 산다기에 그토록 의리를 지키는 사유를 물었더니      "士爲知己者死 女爲悅己者容(사위지기자사 여위엵기자용=사내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인은 자기를 기쁘게 해 주는 사람     을 위해 얼굴을 가꾼다)"이라는 옛말로 대답을 대신한다.      “그것은 중국 역사 豫讓傳(예양전)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자네는 그런 책도     다 읽었 는가?      그러면 이런 시도 알겠네그려.”하고 김삿갓은 다음과 같은 시를 읊으면서     공술 얻어먹을 생각을 했다.          ..

김삿갓 이야기 2025.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