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

박종화(朴鐘和)님의 詩

eorks 2007. 4. 3. 00:21

박종화(朴鐘和)님의

      1.-사(死)의 예찬(禮讚)- 보라! 때 아니라, 지금은 그때 아니다. 그러나 보라! 살과 혼 화려한 오색의 빛으로 얽어서 짜 놓은 훈향(薰香)내 높은 환상의 꿈터를 넘어서. 검은 옷을 해골 위에 걸고 말없이 주토(朱土)빛 흙을 밟는 무리를 보라. 이곳에 생명이 있나니 이곳에 참이 있나니 장엄한 칠흑(漆黑)의 하늘, 경건한 주토의 거리 해골! 무언(無言)! 번쩍거리는 진리는 이곳에 있지 아니하냐. 아, 그렇다 영겁(永劫) 위에. 젊은 사람의 무리야! 모든 새로운 살림을 이 세상 위에 세우려는 사람의 무리야! 부르짖어라, 그대들의 얇으나 강한 성대가 찢어져 해이(解弛)될 때까지 부르짖어라. 격분에 뛰는 빨간 염통이 터져 아름다운 피를 뿜고 넘어질 때까지 힘껏 성내어 보아라 그러나 얻을 수 없나니, 그것은 흐트러진 만화경(萬華鏡) 조각 아지 못할 한때의 꿈자리이다. 마른 나뭇가지에 고웁게 물들인 종이로 꽃을 만들어 가지마다 걸고 봄이라 노래하고 춤추고 웃으나 바람 부는 그 밤이 다시 오면은 눈물 나는 그 날이 다시 오면은 허무한 그 밤의 시름 또 어찌하랴? 얻을 수 없나니, 참을 얻을 수 없나니 분 먹인 얇다란 종이 하나로. 온갖 추예(醜穢)를 가리운 이 시절에 진리의 빛을 볼 수 없나니 아, 돌아가자. 살과 혼 훈향내 높은 환상의 꿈터를 넘어서 거룩한 해골의 무리 말없이 걷는 칠흑의 하늘, 주토의 거리로 돌아가자. ----------------------------------- 2.청자부(靑磁賦) 선(線)은 가냘핀 푸른 선은 ______ 아리따웁게 구을려 보살(菩薩)같이 아담하고 날씬한 어깨여 4월 훈풍에 제비 한 마리 방금 물ㅇㄹ 박차 바람을 끊는다. 그러나 이것은 천녀의 꿈 고려 청자기! 빛깔, 오호! 빛깔 살포시 음영(陰影)을 던진 갸륵한 빛깔아. 조촐하고 깨끗한 비취(翡翠)여. 가을 소나기 마악 지나간 구멍 뚫린 가을 하늘 한 조각 물방울 뚝뚝 서리어 곧 흰 구름장 이는 듯하다 그러나, 오호 이것은 천년 묵은 고려 청자기! 술병 물병 바리 사발 향로 향합 필통 연적 화병 장고 술잔 베개 흙이면서 옥(玉)이더라. 구름 무늬 물결 무늬 구슬 무늬 칠보 무늬 꽃 무늬 백학(白鶴) 무늬 보상 화문(寶相華紋) 불타(佛陀) 무늬 토공(土工)이요, 화가더라 진흙 속 조각가다. 그러나 이것은 천년의 꿈 고려 청자기! ---------------------------------
    박종화 : (朴鐘和,1901~1980) 호는 월탄(月灘). 서울출생. 휘문고보 졸업. <백조>발간에 참여. 홍사용,박영희 등과 교우하면서 백조파 문학의 형성에 기여하였다. 시집으로 <흑방비곡>(1924),<청자부>(1946)가 있다. 초기에는 낭만적,퇴폐적 분위기의 시를 창작하다가 후기에는 민족사,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시로 창작 했다. <흑방비곡>에 수록된 시는 전자에 해당하며, <청자부>에 실린 시는 후자에 해당한다. 이후 소설 창작에 몰두하여 <금삼의 피>,<다정불심>,<대춘부>, <임진왜란>등의 역사소설을 창작했다. -----------------------------------------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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