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집(申瞳集)님의 詩 신동집(申瞳集)님의 詩 1.<목숨> 목숨은 때묻었다. 절반은 흙이 된 빛깔 황폐한 얼굴엔 표정(表情)이 없다. 나는 무한히 살고 싶더라. 너랑 살아 보고 싶더라. 살아서 죽음보다 그리운 것이 되고 싶더라. 억만 광년(億萬光年)의 현암(玄暗)을 거쳐 나의 목숨 안에 와 닿는 한 개의 별빛. .. 한국의 명시 2007.04.23
김용호(金容浩)님의 詩 김용호(金容浩)님의 詩 1.<눈오는 밤에> 오누이들의 정다운 얘기에 어느 집 질화로엔 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콩기름 불 실고추처럼 가늘게 피어나던 밤 파묻은 불씨를 헤쳐 잎담배를 피우며 "고놈, 눈동자가 초롱 같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 바깥엔 연방 눈이 내리고 .. 한국의 명시 2007.04.23
박노해님의 詩 박노해님의 詩 1.<노동의 새벽>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아 이러다간 오래 못 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 가지 설은 세 그릇 짬밥으로 기름투성이 체력전을 전력을 다 짜내어 바둥치는 이 전쟁 같은 노동일을 오래 못 가도 끝내 못 가도 어쩔.. 한국의 명시 2007.04.22
김규동님의 詩 김규동님의 詩 1.-나비와 광장(廣場)- 현기증 나는 활주로의 최후의 절정에서 흰나비는 돌진의 방향을 잊어버리고 피 묻은 육체의 파편들을 굽어본다. 기계처럼 작열한 작은 심장을 축일 한 모금 샘물도 없는 허망한 광장에서 어린 나비의 안막을 차단하는 건 투명한 광선의 바다뿐이었기.. 한국의 명시 2007.04.22
홍사용(洪思容)님의 詩 홍사용(洪思容)님의 詩 1.<나는 왕(王)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어머님의 가장 어여쁜 아들, 나는 왕이로소이다. 가장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서……. 그러나 시왕전(十王殿)에서도 쫓기어난 눈물의 왕이로소이다. "맨 처음으로 내가 너에게 준 것이 무엇이냐.. 한국의 명시 2007.04.22
조태일님의 詩 조태일님의 詩 1.-국토 서시(國土序詩)- 발바닥이 다 닳아 새 살이 돋도록 우리는 우리의 땅을 밟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숨결이 다 타올라 새 숨결이 열리도록 우리는 우리의 하늘 밑을 서성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야윈 팔다리일망정 한껏 휘저어 슬픔도 기쁨도 한껏 가슴으로 맞대며 우.. 한국의 명시 2007.04.21
이성부님의 詩 이성부님의 詩 1.<벼>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없이 떠나간다. 벼는 .. 한국의 명시 2007.04.21
오장환(吳章煥)님의 詩 오장환(吳章煥)님의 詩 1.<고향 앞에서> 흙이 풀리는 내음새 강바람은 산짐승의 우는 소릴 불러 다 녹지 않은 얼음장 울멍울멍 떠내려간다. 진종일 나룻가에 서성거리다 행인의 손을 쥐면 따뜻하리라. 고향 가까운 주막에 들러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 양귀비 끓여다 .. 한국의 명시 2007.04.20
신경림님의 詩 신경림님의 詩 1.<갈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 한국의 명시 2007.04.19
박남수(朴南秀)님의 詩 박남수(朴南秀)님의 詩 1.<아침 이미지>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아침이면, 어둠은 온갖 물상(物象)을 돌려 주지만 스스로는 땅 위에 굴복(屈服)한다. 무거운 어깨를 털고 물상들은 몸을 움직이어 노동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즐거운 지상(地上)의 잔치에 금(金)으로 .. 한국의 명시 2007.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