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具常)님의 詩 구상(具常)님의 詩 1.<기도> 땅이 꺼지는 이 요란 속에서도 언제나 당신의 속사귐에 귀 기울이게 하옵소서. 내 눈을 스쳐가는 허깨비와 무지개가 당신 빛으로 스러지게 하옵소서. 부끄러운 이 알몸을 가리울 풀잎 하나 주옵소서. 나의 노래는 당신의 사랑입니다. 당신의 이름이 내 혀.. 한국의 명시 2007.04.13
이혜인님의 詩 이해인님의 詩 1.<황홀한 고백> 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의 한숨 같은 것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한자락 바람에도 문득 흔들리는 나뭇가지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무수한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거대한 밤 하늘이다. 어둠 속에서도 훤히 얼굴이 .. 한국의 명시 2007.04.13
이상화(李相和)님의 詩 이상화(李相和)님의 詩 1.[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 한국의 명시 2007.04.12
오상순(吳相淳)님의 詩 오상순(吳相淳)님의 詩 1.-방랑(放浪)의 마음- 1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ㅡ 오ㅡ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ㅡ 나의 혼(魂)……. 바다 없는 곳에서 바다를 연모(戀慕)하는 나머지에 눈을 감고 마음 속에 바다를 그려 보다 가만히 앉아서 때를 잃고ㅡ 옛 성(城) 위에 발돋움하고 들 너머 산 너머 보.. 한국의 명시 2007.04.12
도종환님의 詩 도종환님의 詩 1.<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 한국의 명시 2007.04.11
김억(金億)님의 詩 김억(金億)님의 詩 1.<봄은 간다> 밤이로다. 봄이다. 밤만도 애달픈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 운다. 검은 내 떠돈다. 종소리 빗긴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 소리 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 한국의 명시 2007.04.10
곽재구님의 詩 곽재구님의 詩 1.[사평역에서]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 한국의 명시 2007.04.10
최남선(崔南善)님의 詩 최남선(崔南善)님의 詩 1.-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1)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처……ㄹ.. 한국의 명시 2007.04.09
장석주님의 詩 장석주님의 詩 빈 상자들/ 장석주 빈 상자들이 창고 안에 쌓여있다 발톱도 없고 비늘도 없는 빈 상자들이 질서정연하게 쌓여있다 빈 상자들은 무엇인가를 그 안에 채우기 위해 빈 채로 쌓여있다 빈 상자 안의 공허로 가득 채워져 있는 동안 빈 상자는 다만 빈 상자로 불릴 것이다 빈 상자 .. 한국의 명시 2007.04.09
이형기(李炯其)님의 詩 이형기(李炯其)님의 詩 1.-낙화(落花)-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 한국의 명시 2007.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