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은경
부모님의 마음 칼럼 :김은경 중동지역 시리아의 한 강변으로 한 목동이 강을 건너기 위해 수백 마리의 양떼를 몰고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물을 싫어하는 양들을 몰고 강을 건넌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여행 중이던 아들이 그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저 목동이 저 많은 양떼를 몰고 어떻게 강을 건너려는 거지요?" "글쎄, 하지만 얘야, 저 목동의 얼굴은 아무 걱정 없이 평온하지 않니?" 아들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서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그리고는 목동에게로 조용히 다가가 물어보았습니다. "아니, 이 많은 양떼를 몰고 어떻게 강을 건너려고 합니까?" "하하하, 그야 간단하지요. 세상의 이치만 알면 말이에요. " 아들은 더욱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 때 강가에서는 양떼들이 '매애매애' 하며 서로 우왕좌왕하고 있었습니다. 물을 본 새끼 양들 또한 놀란 토끼 눈이 되어 어미 양 옆에 바싹 붙어 섰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목동은 잔뜩 겁먹은 눈으로 서 있는 많은 양들 가운데서 귀여운 새끼 양 한 마리를 번쩍 들어올리더니 자신의 어깨에 둘러메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어쩌려고 저러지요?" "곧 알게 될 테니 우선 두고 보자꾸나. " 그제야 어머니는 목동이 양떼를 거느리고 강물을 건너는 방법을 알았다는 듯 빙그레 미소를 지었습니다. 새끼 양을 둘러멘 목동은 성큼성큼 강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강폭은 넓었지만 물은 그다지 깊지 않았습니다. 순간 새끼를 빼앗긴 어미 양이 몇 번인가 '매애매애' 하고 울더니 새끼 양을 찾으려고 그 무서워하는 물도 마다않고 강물 속으로 풍덩 뛰어드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신호가 되어 수백 마리의 양들이 일제히 물 속으로 뛰어들어 강을 건너는 것이었습니다. 그 목동은 세상에서 가장 질기고 강한 튼튼한 줄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부모와 자식간의 줄만큼 더 질기고 강한,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튼튼한 줄이 또 있을까요? 자식이 아무리 속 썩이고 말썽을 부려도 끊임없이 베푸는 사랑, 헌신적인 사랑,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 아닌지요? 저도 전에는 몰랐지만 자녀를 낳고 키우다 보니 몸으로 깨닫게 되었고 전에 제가 자랄 때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이 가장 가슴 깊이 후회가 됩니다. 먹던 것을 빼 주어도 자녀가 먹는 모습만 보아도 부모들은 배가 부르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이기에 고생 고생해 가면서도 비싼 학비 대주며 학교 보냅니다. 저 역시 제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려고 조금 모아 두었던 돈이 있었는데, 우리 작은 아들이 여름방학에 약 일주일 간 텍사스 휴스턴으로 미국 주 전체 고등학생 라틴어 경시대회 겸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비용이 조금 많이 들어서 저의 개인적인 계획을 접고 자녀에게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자녀는 그 부모의 마음을 모르지만 그것조차 전혀 상관없이 자녀가 잘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보람과 행복에 젖는 것이 부모가 아닐런지요. 사실 어떨 때 자식이 말을 잘 안 듣고 할 때 속상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것마저 건강한 자녀를 아직 곁에 두고 있는 부모로서 가질 수 있는 사치의 마음은 아닐런지요. 이보다 더 못한 환경에 계신 부모님들도 계시고 또한 사랑을 베풀고 싶고 때론 야단도 치고 싶어도 곁에 없는 자녀로 인하여 더 진한 피 눈물을 흘리는 부모님도 계시지 않은가 생각하게 합니다. 조금은 자녀 키우면서 때로는 속상하고 아쉬운 점도 있고 부모로서 우선 내가 부족한 점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달으며 곁에 건강한 모습으로나마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가슴에 담으며 이 시간 범사에 감사하며 조용히 묵상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신문사 크리스챤헤럴드 2월3일 2005[삶의 현장]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