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1부 선비들의 멋, 그것이 유머였다. |
한 선비가 우스운 얘기를 좋아했는데 아내 역시 해학적인 행
동을 잘했다. 한번은 젖먹이 어린아이가 심하게 울어 아무리 달
래도 그치지 않았다. 그러자 부인이 아이를 눕혀 놓고는, 얼른
가서 남편이 읽던 책을 가지고 와서 아이의 눈앞에 갖다대는 것
이었다.
"아니 여보, 아이가 울고 있는데 달래지는 않고 그 어린아이
가 어찌 책을 읽는다고 눈앞에 책을 갖다대는 거요."
남편은 부인의 이 엉뚱한 행동을 보고 짜증스럽다는 듯이 이
렇게 말했는데, 이에 아내의 대답이 매우 걸작이었다.
"여보, 당신이 지난 시절 서당에 다닐 때, 늘 책만 보면 곧장
잠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책에 무슨 잠 잘 들게 하는 미밀이 숨
어 있는가 하여, 아이도 책을 보면 당신처럼 곧장 잠이 들 것으
로 생각하고 그러는 겁니다."
"아 여보, 당신은 지금 내가 젊었을 적에 독서를 게을리 했다
고 놀리는 게지요."
남편은 크게 웃고 아내를 끌어안았다.
뒤에 이 아들이 자라서 장가를 들었는데, 혼인 후에 독서
를 게을리 하고 항상 아내와 붙어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부친이
아들을 독서하지 않는다고 꾸짖었다.
"얘야, 독서에 열중해야지, 어찌 밤낮으로 아내 곁에만 붙어
서 세월을 보네느냐?"
"아버지, 죄송하옵니다. 소자 책만 보면 글자가 모두 제 아내
의 얼굴로 변해 보입니다. 책에는 온통 아내 얼굴만 있고 글자는
한 자도 없어서 도저히 책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아들은 이렇게 말하면서 엎드려 우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부친은 껄껄대고 웃으며,
"응, 그렇다. 우리 부자(父子)는 책과는 크게 연분이 없는 것
같으니 어찌겠느냐? 읽기 싫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라고 하면서 아들을 안아 일으켜 위로했다.
옆에서 이런 모습을 보고 있던 부인은,
"쯧쯧, 부자가 어찌도 그렇게 닮았는고? 어쩔 수 없구나."
하면서 눈을 흘기고 혀를 찼다.<조선 초기>
[옛 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 김현룡 지음]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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