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3부 기발한 처지, 웃음이 절로 나오고 |
선조 임금이 오성과 한음을 불러 놓고 장난을 시작했다. `부
(父)',`자(子)' 두 글자를 종이에 각각 써서 접어 두 사람 앞에
던지고는 하나씩 집으라고 했다. 그리고는 집은 글자대로 실행
하라고 말했는데, `부'자를 집은 한음이 먼저 나섰다.
"전하, 신이 오늘 여기 써진 대로 이항복의 `부'가 되었사옵
니다. 이항복을 아들로 얻게 해주신 은혜에 감사드리옵니다."
이 때 `자'를 집은 오성이 말하는 것이었다.
"전하, 보십시오, 이덕형의 말은 틀렸습니다. 전하게서 신에
게 이 `자'를 하사하셨으니, 신은 전하로부터 `아들'을 얻었습니
다. 그러하오니, 신은 그 아들의 아비가 되어야 하지 않겠사옵니
까? 따라서 신은 이덕형의 아비가 되는 것이옵니다."
이 말을 들은 임금은 일리가 있다고 하면서 웃었다.
그리고 선조 임금은 두 신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대전 뜰을
거닐었다.
이곳은 선조 임금이 내관을 시켜 미리 땅에 구덩이를 파서 함
정을 만들어 놓은 곳으로, 거기에 빠지게 하려고 두 사람을 이끌
고 지나가게 한 것이었다. 이에 덜렁덜렁 걷던 이항복이 그 구덩
이에 빠지고 말았다.
임금과 한음이 위에서 내려다보고 크게 웃으며, 이항복은 구
덩이 속에서 위를 쳐다보며,
"이덕형, 너는 어찌 아비를 구덩이에 하관(下棺)하면서 곡은
않고 그렇게 웃기만 하느냐? 이 불효한 놈."
하고 소리쳤다. 이 말에 임금은 또 한 번 크게 웃었다.
<조선 중기>
[옛 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 김현룡 지음]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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