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歸何處 歸何處(귀하처 귀하처)
김삿갓이 산길을 걸어가는데 한 밤중에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대로 지나칠 수 없어 찾아가 보니 젊은 여인이 어린 아들과 함께 남편의 시신을 놓고 통곡하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산골에서 갑자기 일을 당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울기만 하던 여인은 사람을 만나자 염치불구하고 매달려 통사정을 하였고
김삿갓은 어쩔 수 없이 팔자에 없는 남의 초상을 치러 줄 수밖에 없었다.
거적에 말아 지게로 저다 묻어 주는 초라한 장사였지만
밤새도록 넋두리하던 청상과부의 애간장을 녹이는 사연들은 그대로 글로 써서 亡人에게 전해 주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김삿갓은 붓을 들어 喪主의 치마자락에 輓詞를 쓴다.
어디로 가오. 어디로 가오.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자식들 모두 다 버리고 어디로 가오. 歸何處 歸何處(귀하처 귀하처) 三生瑟 五采衣(삼생슬 오채의) 都棄了 歸何處(도기료 귀하처)
누가 알리오. 누가 알리오. 칠흑 같이 어둡고 긴긴 밤에 홀로 흐느끼는 이 슬픔을 누가 알리오. 有誰知 有誰知(유수지 유수지) 黑漆漆 長夜中(흑칠칠 장야중) 獨啾啾 有誰知(독추추 유수지)
어제나 오시려오. 언제나 오시려오. 수많은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이 한번 가시면 언제 다시 오시려오. 何時來 何時來(하시래 하시래) 千疊山 萬重水(천첩산 만중수) 此一去 何時來(차일거 하시래)
만장까지 써서 낫도 코도 모르는 사람의 장사를 지내 준 후에 젊은 과부와 어린 아이들을 뒤로 하고
다시 홀로 산길을 걸어오자니 인생이 너무도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佛經에 나오는 詩를 입 속으로 외우며 한 조각구름처럼 휘적 휘적 걸어가고 있었다.
인생은 어디로부터 오며 죽어서는 어디로 돌아가는 것일까 生從何處來(생종하처래) 死向何處去(사향허처거)
삶이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구름이 사라지는 것 뜬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으니 삶과 죽음도 또한 이와 같으리 生也一片浮雲起(생야일편부운기) 死也一片浮雲滅(사야일편부운멸) 浮雲自體本無實(부운자체본무실) 生死去來亦如是(생사거래역여시)
~다음으로 계속~
~김삿갓이야기를 122회에걸처 게시할까 합니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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