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曲木爲椽簷着塵 (서까래는 굽고 처마는 땅에 닿고)
김삿갓이 길을 가다가 이번에는 단칸방 오두막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었다.
아들을 셋이나 두었지만 모두 중이 되어 나가고 두 늙은이만 살고 있다는 이 집은
세 사람이 들어앉기도 비좁은 방이지만 주인 내외는 기꺼이 쉬어 갈 것을 허락한다.
고마운 마음에 허리를 굽히고 방으로 들어 왔지만 처마 끝에 부딪쳐 이마에 혹이 달렸고
지금은 다리를 꼬부리고 누웠지만 잠이 쉽게 오지 않는다.
평소 남에게 허리를 구부리기 실어하는 그였지만 오늘 밤은 방이 하도 좁 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서까래는 굽고 처마는 땅에 닿고 방은 좁고 좁아 겨우 몸을 넣었네. 허리 굽히기를 평생 싫어했건만 이 밤만은 다리조차 펼 수가 없구나. 曲木爲椽簷着塵(곡목위연첨착진) 其間如斗僅容身(기문여두근용신) 平生不欲長腰屈(평생불욕장요굴) 此夜難謀一脚伸(차야난모일각신)
익살맞은 시 한 수를 읊조리며 오랫동안 궁싯거리다가 그런 대로 잠이 들 었다.
이튿날 아침 눈을 떠보니 주인은 밖에 나가고 할머니가 부엌에서 아침을 짓는지 쥐구멍으로 연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쑥대와 띠풀로 엮은 창문은 아침 햇살이 비쳤는데도 어둡기만 하였다.
그래도 할머니가 아침상을 내왔는데 비록 꽁보리밥이지만
할아버지가 일찍 나가 따온 호박으로 국을 끓이고 감자찌개까지 올라있 었다.
쥐구멍 연기로 방안은 칠흑 같은데 창문마저 어두워 새벽을 모르겠소. 그래도 비를 피해 옷을 안 적셨기에 떠나는 인사만은 정중히 드리오. 鼠穴烟通渾似漆(서혈연통혼사질) 蓬窓茅隔亦無晨(봉창모격역무신) 雖然兎得衣冠濕(수연토득의관습) 臨別慇懃謝主人(임별은근 사주인)
~다음에 계속~
~김삿갓이야기를 122회에걸처 게시할까 합니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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