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이야기

14. 世上誰云訓長好(세상수운훈장호)(세상에 누가 훈장을 좋다고 하던가)

eorks 2024. 9. 9. 17:10

14. 世上誰云訓長好(세상수운훈장호)
(세상에 누가 훈장을 좋다고 하던가)


        가끔 수모를 당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편히 쉬어 갈만 한 곳은 역시 서당이
        었다.

        그래서 오늘도 김삿갓은 서당을 찾았다. 초빙해 온 훈장을 탐탁히 여기지
        않았던 이 집 주인은 김삿갓을 만나자 그의 재주를 알아보고 며칠을 환대
        하며 보내 주지 않았다.

        오랜만에 사람대접을 받으며 쉬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한사코 훈장을 맡아
        달라는 데는 딱 질색이었다.

        자유분방한 시인에게 훈장이란 가당치도 않았다.

        그래서 그는 훈장의 고리타분한 신세를 다음과 같이 읊었다.


              세상에 누가 훈장을 좋다고 하던가.
              연기 없는 속 불이 저절로 타 오르네
              하늘천 따지 하는 동안 청춘은 가고
              부다 시다 하다 보면 머리가 세네.

           世上誰云訓長好(세상수운훈장호)
           無烟心火自然生(무연심화자연생)
           曰天曰地靑春去(왈천왈지청춘거)
           云賦云詩白髮成(운부운시자발성)


              정성껏 가르쳐도 칭찬 듣기 어렵고
              자리만 잠시 떠도 비난 받기 일쑤다.
              천금 같이 귀한 자식 훈장에게 맡겨 놓고
              잘못하면 매질하라는 부탁 진정이런가.

           雖誠難聞稱道語(수성난문칭도어)
           暫離易得是非聲(잠리역득시비성)
           掌中寶玉千金子(장중보옥첰금자)
           請囑撻刑是眞情(청촉달형시진정)


        답답한 심정을 시로써 토해내면서 따분한 감정을 떨쳐 버리기 위하여 뒷동
        산으로 올라갔다.

        내일 아침엔 슬며시 떠나야겠다고 작정을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동산 위에는 玩月亭이라는 아담한 정자가 이었다.

        날은 이미 저물어 해는 지고 둥근 달이 돋아 오르고 있는데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것일까.

        한 처녀가 홀로 누각에 올라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으로 계속~


~김삿갓 이야기 122회에걸처 연제할까 합니다.~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