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宋)나라의 학자 심괄[沈括:호는 몽계옹(夢溪翁)]이 저술한 일종의 박물지(博物 誌)인 《몽계필담(夢溪筆談)》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다. "등주(登州)는 사면이 바다에 임하여 봄과 여름철에는 저 멀리 하늘가에 성시누대 (城市樓臺)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고장 사 람들은 이것을 해시(海市)라고 이른다(登州四面臨海 春夏時 遙見空際 城市樓臺之狀 土人謂之海市)." 훗날 청(淸)나라의 학자 적호(翟灝)는 그의 저서《통속편(通 俗篇)》에서 심괄이 이 글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지금 언행이 허구에 찬 사람을 일컬어 '공중누각'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 일을 인용 한 것이다(今稱言行虛構者 曰空中樓閣 用此事)." 어느 마을에 돈이 많은 부자가 있었다. 이 사람은 이웃 마을에서 아주 아름다운 누 각을 지었다는 말에 구경을 하러 갔다. 먼저 와 있던 많은 사람들이 누각을 보며 감 탄했다. "참으로 훌륭한 누각이다. 특히 저 3층은 너무나 아름답구나." 집에 돌아온 그는 곧 목수를 불렀다. "나는 3층 누각을 지으려 하네. 그러니 아주 훌륭한 3층 누각을 지어주게." 목수는 일을 시작했다. 누각을 지을 터를 고르고 벽돌을 쌓아갔다. 그런데 웬일인 지 부자는 화를 내며 "지금 뭘하고 있는가? 3층 누각을 지으라 했는데 왜 벽돌을 쌓는가 말이네?" 목수는 어이없다는 듯 부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3층 누각을 지으려면 먼저 1층과 2층을 지어야지 않겠습니까. 그래 야만 3층을 지 을 수가 있으니까요" "그렇지 않아. 나는 3층만 필요해. 1층과 2층은 필요없다 그 말이야." 목수가 아무리 설명했어도 부자는 막무가내로 3층만 지어 달라고 우겨댔다. 수평선 위에 나타나는 신기루 같은 누각(樓閣)이나 《백유경》에 나 오는 3층 누각 을 짓겠다는 부자의 생각은 한결같이 현실성이 없는 무모한 계획이다. 청나라 때불터 자주 쓰여지는 이 말에 나오는 樓閣 이란 어떤 것인가? <누(樓)>는 기둥이 받침대가 되어 청(廳)이 높게 된 다락집이다. 그리고 <각(閣)>은 석축이나 단상에 높이 세운 옥우(屋宇)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