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삼태기의 흙이 모자라 높은 산을 쌓지 못하게 되다. 마지막 한 대목을 게을리 함으로써 힘들여 쌓아온 공적이 수포로 돌아가다. 즉 사소한 방심으로 거의 완성 된 일이 무산되어 버리는 것.
은(殷)나라를 멸망시키고 주(周) 왕조를 연 무왕(武王)에게는 사방 에게서 진귀한 공물(貢物)이 모여 들었다. 그 가운데서도 여(旅)나라 에서 보내온 키가 4척이나 되고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신 기한 개 한 마리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무왕도 이 개가 마음에 쏙 들었다. 그는 낮이건 밤이건 이 개가 잠시라도 눈에 띄지 않으면 마음이 편하 지 못할 정도 였다. 이를 보다못해 무왕의 아우이자 대신인 소공(召公) 석(奭)이 그런 기이한 동물에 마 음을 빼앗겨 국정을 소홀이 하고 있는 무왕에게 간(諫)하는 시를 썼다.
嗚呼 夙夜罔或不近(오호 숙야망혹불근) 아아, 아침부터 밤까지 조금도 부지런함이 없어서는 안되나니 不矜細行 終累大德(불긍세행 종루대덕) 조그만 일이라도 신중히 하지 않으면 큰 덕에 누를 끼치게 되리 爲山九刃 公虧一궤(위산구인 공휴일궤) 아홉길의 산을 만들면서 한 삼태기의 흙이 모자라 공이 무너진다네.
다시 말하면 임금은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언제나 덕을 닦지 않으면 안되며 사소한 일이라고 해서 삼가지 않으면 마침내 큰 덕까 지도 더럽히게 된다는 게 소 공이 하고 싶은 말이었다. 또 소공은 힘 들여 이룩해놓은 주왕조 창업을 위한 여태까지의 공적이 진귀한 한 마리의 개에게 마음을 빼앗김으로써 나라의 토대가 무너지고 만다는 것을 경고한 것이다. 우리 속담에 '단 된 밥에 재 뿌린다.' '다 된죽에 코 떨어뜨린다'가 공휴일궤에 걸맞은 말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