齊(제)나라에 시집가야 할 나이에 이른 한 처녀가 있었다. 어느날 그 처녀의 집에 두 곳에서 청혼이 들어왔다. 동쪽의 집의 신랑감은 인물은 보잘 것 없으나 대단한 부자였고 서쪽 집은 매우 가난했지만 신랑감은 보기 드문 미남이었다. 난처하게 된 부모는 당사자의 마음 이 중요하다며 딸에게 물어보았다.
"만일 동쪽 집의 총각에게 시집가고 싶으면 왼쪽 소매를 걷고 서쪽 집 총 각에게 시집가고 싶으면 오른쪽 소매를 걷어라"
한참 망설이고 있던 처녀는 양쪽 소매를 다 걷어올렸다. 부모가 놀라 그 까닭을 묻자 딸은 말했다.
"낮에는 동쪽 집에 가서 좋은 음식을 먹고 살고 싶고 밤에는 서쪽 집에서 자고 싶어요(東家食西家宿)"
太祖(태조) 李成桂(이성계)가 조선왕조를 연 뒤 이를 자축하는 큰 잔치를 베풀었다. 이 자리에서 개국공신이기도 한 어느 정승이 거나 한 술김에 雪中梅(설중 매)라는 아름다운 기생의 손을 만지작거리면 서 수작을 걸었다.
"듣자니 너는 아침에는 동가식하고 저녁에는 서가숙한다니 오늘밤 은 나 하고 잠자리를 같이하면 어떻겠는냐?"
그러자 설중매는 말했다.
"좋지요. 어제는 왕씨, 오늘은 이씨를 섬기는 정승과 동가식서가숙 하는 천한 기생이라 궁합이 잘 맞겠습니다."
東食西宿은 원래 자기 잇속을 차리느라 절개도 없이 이리 붙었다 저리 붙 었다 하는 걸 비유하는 말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일정한 거처 없이 떠돌아 다님을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