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菜根談]
얼음을 밟듯 처신하라.
청천백일적절의 자암실옥루중배래.
旋乾轉坤的經綸 自臨深履薄處操出.
선건전곤적경륜 자임심리박처조출.
청천백일같이 빛나는 절의(節義)도
어두운 방안의 구석진 곳에서 길러 온 것이며,
천리를 휘두르는 빼어난 경륜도
깊은 못에서 살얼음 밟듯 조심하는 데서 나온다.
[해설]
푸른하늘에 빛나는 밝은 태양과 같은
놀라운 절의는 실은 그전에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남 몰래 혼자
진독의 수양을 쌓은 결과요,
천지를 뒤흔들 만한 국가의 시책도
원래는 깊은 못가에 서 있거나,
얇은 얼음을 밟을 때와도 같은 세심한 주의와 신중한
계획으로 고안한 것이다.
조선 시대에는 사화(士禍)와 당쟁이 극심하여
처세에 조심하지 않으면 자신은 물론
가문이 멸족을 당하는 예가 허다하였다.
중종 때 사람 정붕(鄭鵬)은
한참 권세를 떨치고 있는 유자광(柳子光)과
친척이었다.
유자광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것을 본 정붕은 그를 멀리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화를 당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절교를 했다가는
우선 당장 화를 입을 것이 뻔했다.
그래서 이따금 하인을 보내 문안하였는데
그 방법이 독특했다.
즉 심부름 보낼 하인의 팔을
새끼로 꽁꽁 묶어 봉인을 해 보내면
하인은 묶인 팔이 아파서
유자광의 집에 가 수다를 떨 겨를 없이
곧바로 돌아와 집안 말이 새어나감을 막을 수 있었고,
후에 유자광이 실각할 때 화를 면했다.
그의 친구 강혼(姜渾)과 심순문(沈順門)이
기첩(妓妾)을 둔 것을 보자 정붕은 충고하기를,
"어서 그 여자들을 버리지 않으면
멀지 않아 화를 당할 것이네."하였는데,
강혼은 버리고 심순문은 버리지 않았다.
그 후 그 기생들이
연산군의 총애를 받게 되어
심순문은 마침내 비명에 죽고 말았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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