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菜根談]
모욕을 받아도 불쾌해 하지 말라.
각인지사 불형어언.
受人之侮 不動於色.
수인지모 부동어색.
此中有無窮意味 亦有無窮受用.
차중유무궁의미 역유무궁수용.
남의 속임수를 알지라도
말로써 나타내지 않으며,
남에게 모멸을 받을지라도
안색을 바꾸지 않는다면
이 속에 무궁한 뜻이 있고
또 무궁한 활용이 있느니라.
[해설]
남이 나에게 속임수를 쓰고
또 모욕을 할 때
화나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마는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사람과 자신을 대등한 입장에 놓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거짓말로 얼버무리고 다시
그 거짓말을 덮어 나가기 위해
더 큰 거짓말을 하는 자를 볼 때, 밉다기보다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수준의 사람과 맞서는 것은
자신에게 해害는 있을지언정
득得은 없는 법이다.
또 남을 멸시하는 자는
자기 자신만을 잘난 줄 알 뿐
남의 장점은 볼 줄 모르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결국 고립되고 말 것이다.
알고 보면 딱하고 불쌍한 사람이
아닐 수 없은즉
그런 사람과 맞서는 것 역시
어리석은 소치가 아니겠는가.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노 수신(盧守愼)은
이름 그대로 항상
몸가짐을 잘 지키기로 유명하였다.
재상이 되었으면 더러
싫은 소리도 해야 하는 법인데 항상 입을 다물고
말이 없으니 당시 사람들이
'노 재상의 침은 종기의 약이 될 것이다.'
라고 하였는데,
말을 하지 않은 새벽의 침은
종기에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한때
진도(珍島)로 귀양을 갔는데, 그곳 수령
홍인록(洪仁祿)의 괄세가 심했다.
죄인에게 쌀밥을 먹여서는 안 된다며
일부러 그 고장에서 생산되지 않는
조를 구해다 먹이는 등
원수 보듯 하였다.
얼마 후 귀양에서 풀려
조정에 돌아온 노수신은 재상이 되었는데,
홍인록이 죄를 입어 파면을 당하게 되었다.
노수신은 그의 허물을 변명해주고
파면 대신 풍천 부사로
승진을 시켜주었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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