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물건을 두고 가면 도둑이 아닌가

eorks 2019. 4. 14. 13:59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2부 화류춘몽, 그 웃음과 눈물
[제2ㅡ10화]물건을 두고 가면 도둑이 아닌가
서울에 사는 한 젊은 귀공자(貴公子)가 남쪽 지방을 유람하던 중 어떤 고을에 들렸다.

마침 관장이 환영 잔치를 베풀었는데 좋은 음식이 차려지고 예쁜 기생들도 옆에 와 앉았다.

그러나 귀공자는 오늘이 마침 부친 제삿날이었기 때문에, 정 성을 들이며 근심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오래 놀지 않고 조금 있 다가 빠져나와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잔치 자리에서 옆에 앉았던 기생 역시 따라나와 숙소 까지 온 것이다.

귀공자는 숙소까지 쫒아온 기생을 보자 너무 예뻐서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부친의 제삿날에 기생을 껴안고 즐긴다는 것은 윤리 도덕상 용인되지 않는 일로 비난의 대상이 되어 있었으므로, 깊 은 고민과 마음의 갈등을 느꼈다. 그래서,

"애야, 오늘은 내가 너와 함게 잠을 잘 수 없는 형편이니 그 만 돌아가 다오."

하고 기생에게 타일렀지만, 기생은 끝내 돌아가지 않고 이불 속 으로 파고드는 것이었다.

귀공자가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되면서 고민하는 동안 밤은 점점 깊어만 갔고, 옆에 누운 기생은 끊임없이 몸을 맞대며 유혹 했다.

그래서 마침내 더 참지 못하고 기생을 껴안아 옷을 벗겨서 눕 힌 다음, 자기의 연장을 세워 기생의 몸 깊은 곳 부드러운 살 속 으로 밀어넣어 결합하고 말았다.

그리고 기생의 배 위에 엎드려 생각하니, 아무래도 돌아가신 부친께 죄를 짓는 것 같아 기분이 개운치 않았다.

`내 도덕군자를 자처하면서 이래서는 안 되지.....,'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서 도저히 계속할 수가 없어, 그만 중단하고는 몸을 일으켜 앉아 기생에게 사과했다.

"오늘은 내 부친의 기일이라, 이렇게 거두어 중단한는 것을 이해해다오, 뒷날 다시 와서 밤새도록 잘 놀아 줄게."

이 말을 들은 기생은 떨치고 일어나 화를 내면서 큰소리로 외 쳤다.

"아니 도련님, 도둑놈이 남의 집 창고에 들어가 물건을 훔쳐 나오다가 주인에게 들켜 물건을 그냥 놓고 도망친다면, 물건을 안 가지고 나왔다고 해서 도둑이란 이름을 면할 수가 있을까 요?"

기생은 이렇게 말하고 투덜대면서 옷을 입고 나가 버렸다, 뒷 날 이 애기를 들은 사람들은 그 기생의 말이 명언이라고 하면서 웃더라.<조선 중기>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