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시(詩)로써 한탄한 생강 장수

eorks 2019. 4. 16. 00:04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2부 화류춘몽, 그 웃음과 눈물
[제2ㅡ12화]시(詩)로써 한탄한 생강 장수
커다란 배를 가지고 다니면서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이 생강을 사서 한 배 가득 싣고, 경상도 선산(善山)의 월파정(月波亭) 나루 에 배를 대고는 혼자 중얼거렸다.

"내 명색이 사내대장부로서 색향으로 이름난 이곳에 와서 그 냥 장사만 하고 지나칠 수야 없는 일이지......,"

그리하여 선산 고을에서 이름난 한 기생을 사귀어 그 집에서 생활하는 동안, 한 배의 생강을 모두 탕진하고 맨몸으로 돌아가 게 되었다. 빈털터리가 된 상인은 기생과 작별을 하면서 이렇게 얘기했다.

"내가 너의 집에 와서 사는 동안 생강 한 배를 모두 날렸으나 후회는 없다마는 다만 소원이 한 가지 있다. 너의 그 옥문(玉門) 이 어떻게 생겼기에 내 생강 한 배를 다 먹어치원는지 보고 싶구 나. 밝은 대낮에 한번 보여 줄 수 없겠느냐?"

이 말을 들은 기생은 웃으면서 생강 장수를 붙잡고,

"그런 소원이라면 열 번도 들어드릴 수가 있습니다."
하고는 옷을 벗고 번듯이 드러누워 보여 주었다.

이에 상인은 기생의 옥문을 헤치고 그 속까지 자세히 살펴본 다음에 시를 한 수 지었는데, 바로 이러한 것이었다.

멀리서 바라볼 땐 늙은 말의 힘없이 감기는 눈 같더니
(遠看老馬目)

가까이 들여다보니 고름 든 종기를 찢어 헤친 상처 같구나
(近見患膿瘡)

양쪽에 둘린 입술에는 아무리 보아도 치아가 없는데
(兩邊皆無齒)

어떻게 한 배에 실린 그 딱딱한 생강을 다 먹어치웠는고?
(契盡一船薑)

이렇게읊은 상인은 곧바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가더 라.<조선 중기>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