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남자들의 점수를 매기는 기생

eorks 2019. 4. 18. 00:06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2부 화류춘몽, 그 웃음과 눈물
[제2ㅡ14화]남자들의 점수를 매기는 기생
조선 초기 세조 임금이 왕위에 오를 때 크게 도왔던 신숙주 (申叔舟)가 고부군(高阜郡)의 한 기생을 사랑했다. 그래서 신숙 주는 그 기생을 서울로 데리고 와서, 4년 동안 함게 살다가 좀 싫증이 나자 고향으로 내려보내 놓았다.(BR>
그런데 며칠 안 되어 그 기생에 대한 추문이 퍼졌다. 이 기생 이 고부로 내려가자마자 서울에서 내려간 한 훈신의 서자 한씨 (韓氏)와 깊은 정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한씨는 세금으로 받은 베, 즉 징공포(徵貢布) 8,9바리를 고부 에 실어다 놓고 이 기생을 만나 놀다가, 마침내 그 베를 모두 싣 고는 기생집으로 들어가 함게 살았다.

한씨는 기생의 그 능숙한 잠자리 기능에 매료되어 평생을 약 속했지만, 그러나 들여놓은 재물이 거의 바닥나자 혹시 재물이 다 떨어지면 기생이 자신을 냉대할까 걱정되어 기생의 마음을 떠보기로 했다.

그래서 하루는 기생에게 웃으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너는 지금까지 많은 남자를 겪어 보았을 테니, 네가 겪었던 남자들에 대해 마음에 드는 순서대로 순번을 매겨 보아라."

"예 나으리, 소첩이 순서대로 이름을 부를 테니 붓을 잡고 종 이에 써내려가십시요."

기생의 서슴없는 대답에 한씨는 자기 이름을 첫 번째로 부를 것이라 짐작하고 종이를 펼치고 붓을 잡고 엎드리니, 기생은 베 개를 베고 반듯이 누워서 순서대로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잘 들으시오. 장성(長城) 고을 아전 이청(李淸)이 단연 갑 (甲)이고요, 광주(光州)에 사는 무인 임만손(林萬孫)이 그 다음 을(乙)입니다. 그리고 별로 좋지는 않았지만 4년 동안 신세를 졌 으니 신숙주 대감이 안 들어갈 수는 없지요. 그러나 신숙주 대감 을 병(丙)으로 하십시요. 그 다음은 교생(校生) 박명춘(朴命春)과 영남 손님 오필(吳弼)이 그런대로 각각 정(丁)과 무(戊)입니다."

이렇게 부르는 대로 받아적은 한씨는, 의리상 자기 이름을 첫 번째로 불러 줄 줄 알았는데 부르지 않으니 실망하여,

"얘야, 더 계속해 불러 보아라. 그 외에도 더 많이 있을 것 아 니냐?"
하고 제촉했다. 이에 기생은 재빨리 눈치를 채고 말했다.

"아 참, 그렇지요. 나리게서 붓을 잡고 쓰고 계시니, 역시 어 디에 이름이 들어가기는 해야지요. 지금까지 적은 그 끝에 나 으리 이름을 써넣으십시요. 그리고 이제 들어갈 만한 사람이 없 습니다."

이 말을 들은 한씨는 부끄러워하면서,

"얘야, 네가 그 순서를 매긴 기준을 알고 싶구나."
하고 물어보았다. 이에 기생의 대답은 이러했다.

"그야 당연히 잠자리를 잘해 주시는 순서에 따른 것이지요."

그리고 기생은 한씨를 쳐다보면서 웃었다.

이 말을 들은 한씨는 이미 가지고 들어온 재물도 다 떨어지고 해, 이튼날 짐을 모두 버리고 종 하나만 데리고는 기생집을 나셨 다. 그래서 서울로 오는 동안 걸인 신세가 되어 밥을 얻어먹으면 서 집에까지 왔다.<조선 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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