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수박 담는 그릇인데

eorks 2019. 4. 21. 00:58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2부 화류춘몽, 그 웃음과 눈물
[제2ㅡ16화]수박 담는 그릇인데
머리털이 없는 대머리가 쓰고 다니는 모자를 흔히 수박 담는 그릇이라 말한다. 대머리가 마치 둥글둥글한 수박 같으니 그것 이 들어가는 모자가 바로 수박을 담는 그릇에 해당한다는 뜻으 로 하는 말이다.

옛날에 한 관리가 왕명을 받들어 어느 지방에 사신으로 갔는 데, 이 사신은 머리에 털이 하나도 없는 완전한 대머리로 흡사 수박 같았다.

이 사신이 고을 관사에서 며칠 머무는 동안, 잠자리를 받드는 천침(薦枕) 기생이 그 사신의 대머리를 놀려 주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사신이 관청에 볼일 보러 나간 사이, 사신이 쓰고 왔다가 벗어서 벽에 걸어 놓은 털모자에 복숭아를 가득 담아서 병풍 모 서리에 걸어 놓았다.

사신이 일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보니, 자기 머리에 쓰는 털모자를 무슨 보자기인 양 복숭아를 담아 걸어 놓은 것에 대해 크게 화가 났다. 그래서 밥상을 들고 온 기생을 불러앉히고 야단 치기를,

"이 못된 것아, 너는 내 머리에 쓰는 모자를 받들어 간수해야 하거늘, 무슨 복숭아 담는 그릇으로 알았느냐?"
하고 화를 내었다.

이에 기생이 사신의 반질반질한 머리를 바라보고는 싱긋벙긋 웃으면서 가만히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으리, 그렇게 화내실 줄 알고 일부러 그랬습니다. 나리께 서 수박을 담고 다니는 그 그릇에 복숭아를 좀 담아 둔들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이렇게 말하고 소리내어 웃으니, 사신도 이 말을 듣는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조선 중기>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