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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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ㅡ27화]그 범인 찿는 방법
어느 날, 환갑이 다 된 노인이 먼 친척 집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날이 저물어 한 마을의 민가에 들어가 하룻밤 자고 갈 것을
요청했다.
그랬더니 주인은 난처해하면서,
"손님이 잘 수 있는 방은 하나뿐인게 이미 두 손님이 먼저 들
어 있으니, 이 손님들과 함께 유숙한다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
고 독방이라면 유숙할 방이 없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노인은 함께라도 하룻밤 묵어 가
야 하겠다고 말해 허락을 얻었다.
노인은 방으로 들어가니, 이팔청춘인 한 소년과 건장하게 생
긴 젊은 청년이 먼저 들어와 있기에 양해를 구하고는 함께 자기
로 했다.
그런데 이 집 안주인이 매우 예뻐서, 젊은 청년이 그 부인에
게 정감을 품어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밤이 깊어 모두 잠든 사
이, 청년은 가만히 문을 열고 나가 안방으로 들어가서 자고 있는
부인을 덮쳤다. 그리고 손으로 입을 막고 억지로 눌러 옷을 벗긴
다음 급히 욕망을 채우고 나왔다.
그런데 부인은 어두운 밤에 갑자기 당했기에 자기를 음행한
남자가 누구인지 그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이튼날 아침, 부인은 관가에 가서 집에 투숙했던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어젯밤 자기에게 강제 음행을 했으니 범인을 잡아 달
라고 호소했다.
이에 관장이 어젯밤 이 집에 유숙했던 세 사람을 불러 엄하게
문초하니, 세 사람 모두 결코 그런 사실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
는 것이었다.
그래서 관장은 엄포도 놓아 보고 위협도 가해 보았으나 끝내
진범을 가려내지 못하고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안으로 들어가
서 혹시나 하고 자기 부인에게 이 얘기를 하게 되었다.
얘기를 들은 부인은 한참 동안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하하하, 영감! 그런 문제라면 매우 쉽게 범인을 가려낼 방법
이 있는데 무엇 때문에 그렇게 애를 태우십니까?"
부인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아 관장이 놀라면서 그
방법을 말해 보라 하니, 부인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영감! 어젯밤 강제로 음행을 당한 그 부인을 불어와 다음과
같이 물어보시오. 남자가 몸을 덮치고 그 행사를 할 때에, 뾰족
한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이있다고 하면 필시 소년이 그
범인입니다. 그리고 막대기로 막 내리쳐 때리는 것 같은 느낌이
었다고 하면 그것은 청년이 범인일 테고, 마치 삶아 놓은 가지나
물처럼 말랑말랑한 것을 밀어넣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면 그것은
노인이 범인입니다. 그러나 그 부인에게 기억을 잘 더듬어 보라
고 하십시오."
관장은 즉시 나가서 강간을 당했다는 그 부인을 불렀다.
"부인은 들으시오! 남자가 몸을 덮쳤을 때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았는지, 또는 막대기로 내려치는 것 같았는지, 그렇지 않으
면 삶은 가지나물 같은 것이 밀고 들어오는 것 같았는지를 말해
보시오."
관장의 물음에 부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아뢰었다.
"예, 나으리! 그 남자가 어찌나 힘찬지 마치 막대기로 내리치
는 것 같아서 매우 아팠습니다."
이 말을 들은 관장은 곧 세 사람 중에서 젊은 청년을 불러 형
틀에 올려매고 매를 치면서 문초하니, 마침내 청년은 범행을 자
백하는 것이었다.
관장이 문제를 해결하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뒷맛이 개운치
가 않았다.
`내 아내가 그런 세 사람의 느낌을 어떻게 잘 알고 있단 말인
가? 나는 늙은이고, 그렇다면 지금 어린 소년과 젊은 청년을 모
두 함께 경험하고 있다는 뜻인데.....'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기분이 영 좋지가 않았다.
곧 관장은 잔뜩 의심을 품고 안으로 들어가 부인에게 그것을
떠져 물었다.
"여보 부인! 당신은 안방에 있는 여자로서 어찌 그 세 가지
경우를 그렇게 자세히 잘 알고 있소? 어떻게 터득한 게요?"
"아, 여보! 내 당신이 그렇게 물을 줄 알고 있었소, 아마도 당
신은 내가 여러 남자와 사통한 것으로 오해했지요? 사실은 말입
니다. 당신이 처음 16세의 소년으로 나와 혼인했을 때, 풋내나는
연장을 가지고 그 일을 치르는데 마치 송곳으로 콕콕 찌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청년이 되면서부터는 막대기
로 힘차게 내려쳐 때리는 것 같았고요. 그런데 영감! 지금은 어
떤 줄 아십니까? 물렁물렁하게 삶은 가지나물 같은 것을 가지고
억지로 애를 써 밀어넣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모두 당신에게
서 경험한 것이랍니다.?
부인이 이렇게 설명하니 비록 관장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지
만, 그러나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해서는 기분이 상했다.
<조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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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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