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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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ㅡ26화]보여 주지 못한 뼈대맛
시골에 사는 한 노인이 세 딸을 두었는데, 첫딸은 집이 넉넉
할 때에 20세 청년과 혼인을 시켰다. 그러나 곧 가정 형편이 어
려워져서 나머지 두 딸은 그만 혼기를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둘
째 딸은 40세의 재취 남자에게 시집보냈고, 또 셋째 딸은 50세
의 삼취(三娶) 남자에게 시집을 보냈다.
하루는 노인이 안채로 들어가니, 마침 세 딸이 친정에 와서
모여 앉아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노인은 사랑스
러운 마음에 밖에서 딸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 보았다.
먼저 큰딸이 이런 말을 하고는 크게 웃었다.
"얘들아! 남자의 양근에는 뼈가 있는 것 같지 않니? 뼈가 없
고서야 어찌 그렇게도 딱딱하겠어?"
언니의 이 말에 둘째가 받아서 말했다.
"아니야 언니! 좀 말랑말랑한 것이 마치 힘줄인 것 같았어."
두 언니의 이와 같은 말에 셋째는 불만스럽다는 듯이,
"뭐라고요? 딱딱하다고 했소? 언니들은 다 틀렸어, 힘도 없
이 물렁물렁하고 거죽 살갖이 접혀서 밀리는데, 알맹이는 없고
꼭 가죽만 흐물흐물하게 남아 있는 것 같았어."
하며, 두 언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이렇게 내뱉는
것이었다.
이에 딸들의 얘기를 듣고 있던 노인은 크게 한탄하며,
"아, 내 어쩌다가 나이 든 사람에게 시집을 보냈으니, 그 힘찬
`뼈대의 참맛[骨味]`을 보여 주지 못했구나. 원통한 일이로다!"
이렇게 말하고 눈물을 흘렸다.<조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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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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