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조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 - 이 이 -

eorks 2007. 11. 2. 17:33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

                                            -이    이-


    [현대어 풀이] [1]고산 아홉 굽이의 경관을 사람들이 모르더니~ 띠풀을 베고 집터를 마련하여 살아가니 벗님들이 모두 오신다.~ 아! 무이산(주희의 <무이구곡담>의 배경이 되는 산)을 상상하면 서 주자의 학문을 배우리라.~ [2]일곡은 어디인가? 바위 머리 위에 해가 비치는구나~ 잡초가 우거진 들판에 안개가 걷히니 원근의 풍경이 그림이 로다.~ 소나무 숲 사이로 술통을 놓고 벗들이 찾아오는 모습을 바라 보노라.~ [3]이곡은 어디인가? 화암(꽃바위)에 봄이 저물었도다.~ 푸른 물결 위에 꽃을 띄워 들판으로 보내노라.~ 사람들이 경치가 아름다운 곳을 모르니 알게 하면 어떻겠 는가?~ [4]삼곡은 어디인가? 푸른 병풍인 듯 펼쳐져 있는 절벽에 나뭇잎들이 우거져 있다.~ 푸른 물 위로 산새가 내려왔다 올라갔다 하며 노래를 부를 때에,~ 키가 작고 가로로 퍼진 소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으니 여름 풍경이 따로 없구나.~ [5]네 번째 계곡은 어디인가? 소나무가 선 절벽 너머로 해가 지는구나.~ 물 위에 비친 바위 그림자는 온갖 빛으로 잠기었도다.~ 숲속의 샘이 깊을수록 좋으니 흥을 이기지 못하겠노라.~ [6]오곡은 어디인가?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절벽이 보기가 좋구나. ~ 물가에 지어 놓은 정사가 맑고 깨끗한 것이 그지없다.~ 이러한 배경에서 학문을 연구하려니와 시를 읊으며 풍류도 즐기리라.~ [7]육곡은 어디인가? 낚시질하기에 좋은 골짜기에 물이 넓게 많이 고여 있다. ~ 나와 물고기 중 누가 더욱 즐기고 있는가?~ 황혼녘에 낚싯대를 메고 달빛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오 노라.~ [8]칠곡은 어디인가? 단풍이 물든 바위에 가을 빛이 깨끗하구나.~ 맑은 서리가 엷게 드리우니 절벽(단풍에 덮인 바위)이 마치 비단처럼 아름답구나.~ 시원한 바위에 혼자 앉아서 집에 돌아갈 생각마저 잊었 노라.~ [9]팔곡은 어디인가? 거문고를 연주하는 듯 물소리가 흥겹게 들리는 여울목에 달이 밝다.~ 훌륭한 거문고로 몇 곡을 연주하며 노니~ 운치 있는 옛 가락을 알 사람이 없으니 혼자서 즐거워 하노라.~ [10]구곡은 어디인가? 기암괴석이 뒤섞여 아롱지게 아름다운 곳에 한해가 저물었도다.~ 기암괴석이 눈 속에 묻혀 보이지 않을까 걱정되는구나.~ 유인(즐기며 떠도는 사람)은 오지 아니하고 볼 것 없다 하더라.~ [창작 배경] 율곡 이이가 43세때(선조 11년) 해주 석담(石潭)에서 은거하면서 고산구곡을 경영하여 은병정사를 짓고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을 때, 주자(朱子)의 <무이구곡가(武夷 九曲歌)>를 모방해서 지은 작품이라고 한다. 17세기에 와서 송시열을 비롯한 여러 주자주의 지식인들에게 계 승되어 한역되기도 하고, '고산구곡'이라는 자연을 소재 로 한 많은 한시가 창작되기도 하였는데, 이는 이 작품이 당대는 물론 17세기의 조선 문단에서 지식인의 시 창작의 전범으로 중요시되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자연을 벗하며 주자학을 연찬(硏鑽)하겠다는 학구적 열의가 강하게 나타난 노래다. 표현에 있어서는 묘사 혹은 수사가 배제되고 감정 표현이 절제되어 있기 때문에, 비서정적이거나 무기교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즉 이 작품은 화자의 충만한 정감과 정신적 높이를 객관적 서술과 무기교의 담담함 속에 은밀히 응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서사 :고산에 아름다운 계곡이 있는 줄 사람들이 모르고 즐기지 않더니, 이제 작자가 정사를 짓고 집터를 마련하니까 많은 제자들이 학문에 뜻을 두고 모여든다. 그래서 아름다운 자연에서 주자학을 공부하겠다는 작자의 결의가 종장에서 직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관암 : 관암이라는 바위 근처에 아침 해가 솟아 오르면서 뿌연 안개가 걷히는 들판과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내는 먼 산의 경치가 시각적인 이미지를 낳고 있다. 이 모든 풍경을 감상하 며 작자는 맛좋은 술을 준비해 놓고 자신과 함께 풍류를 나눌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다. [3]화암 : 화암의 늦봄 경치를 노래했다. 저물어가는 봄 속에 피어난 꽃밭과 그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중장은 도연명의<도 화원기>에 나오는 "무릉도원"을 연상케하는 구절로, 계곡의 절경을 세상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작자의 의도가 나타난다. [4]취병 : 소나무 가지에 맑은 바람이 부는 취병의 여름같지 않은 시원한 정경을 노래하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에 대 한 작자의 섬세한 심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 [5]송애 : 맑은 물 위에 비친 해질녘의 산 그림자를 노래하고 있다. 중장은 노을이 진 하늘빛을 배경으로 절벽에 선 소나무 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맑은 물을 물들이고 있다는 표현이다. 자연 정경에 대한 풍부한 시각적 이미지가 담겨 있다. [6]은병 : 산이 깊어 으슥한 모양의 바위들이 병풍을 드리운 것처럼 계곡을 이루었고, 그 아래 물가에 서 있는 정자 하나는 한적함을 만들어준다. 여기서 학문을 연구하며 제자들을 가르 치고 시와 풍류를 즐기리라는 작자의 유학자다운 면모가 나타 나 있다. [7]조협 : 맑은 물이 고인 계곡에서 한가롭게 낚시를 하며 자연의 경치를 읊은 부분이다. 깨끗한 물에서 물고기와 함께 장난을 하는 작자의 모습에서 '물아일체'와 '물심일여'의 경 지를 느끼게 해 준다. [8]풍암 : 높은 산의 가을 정취를 감상하며 읊은 노래로, 중장 에서는 특색있는 경치의 아름다움이 한층 고조되어있다. 집에 돌아가는 것도 잊고서 계곡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있는 작자 의 경이감을 느낄 수 있다. [9]금탄 : 아름다운 물소리를 내며 흐르는 계곡 물가에서 거문 고를 연주하며 홀로 즐거워하는 풍류가 표현되어 있다. 아름다 운 자연과 음악이 하나로 어우러져 있는 부분이다. [10]문산 : 한 해가 다 저물어가는 겨울에 아름다운 기암괴석 들이 비록 눈 속에 파묻혀 있지만, 그것을 알지 못하고 볼 것 없다고 하는 세인들을 안타까워 하고 있다. [개관 정리] 성격 : 연시조(10수), 평시조. 교훈적이고 도학적이고 유교 적인 시조 ◇ 주제 : 강학(講學)의 즐거움과 고산의 아름다움 [1] : 고산구곡가를 짓게 된 동기 [2] : 관암(갓바위)에서의 아침 풍경 [3] : 화암에서의 늦봄 아침의 절경 [4] : 취병의 여름 풍경에 대한 감탄 [5] : 송애에서의 황혼녘의 절경 [6] : 맑은 수변정사에서의 영월음풍 [7] : 조협에서의 풍류 [8] : 풍암의 가을 경치에 대한 감탄 [9] : 금탄에서의 아름다운 물소리 [10] : 문산의 눈덮인 경치 ◇ 연대 : 선조 10년(1577년), 지은이 42세때 ◇ 작품의 정신적 경지 <고산구곡가>에 등장하는 모든 소재들은 조화(調和) 와 자족(自足)의 경지에 이바지하고 있다. 고통과 불 화와 절망의 그림자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지은이는 즐거운 정감을 교감할 수 있는 매개물들을 소재로 채택하고 있다. 마지막 구절인 '유인(遊人)은 오지 않이하고 볼 것 업다 하더라.'에서조차 책망의 태도라기보다 포용하려는 태도가 함축되어 있어, 그것은 한마디로 달인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신적 경지는 '도산십이곡'과 그 지향점이 같은 것이다. 그러나 관념적 표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도산십이곡'에 비하여, '고산구곡가'는 함축성과 형상성이 뛰어난 언어 예술로서의 가치면에서 더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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