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대 말엽, 조(趙)나라 혜문왕(惠文王) 때의 일이다. 연(燕)나라의 공격을 받은 혜문왕은 제(齊)나라에 사신을 보내어 3개 성읍 (城邑)을 할양한다는 조건으로 명장 전단(田單)의 파견을 요청했다. 전단은 일찍이 연나라의 침략군을 화우지계(火牛之計) 로 격파한 명장인데 조나라의 요청에 따라 총사령관이 되었다. 그러자 조나라의 명장 조사(趙奢) 는 재상 평원군(平原君)에게 항 의하고 나섰다. "아니, 조나라엔 사람이 없단 말입니까? 제게 맡겨 주신다면 당장 적을 격파 해 보이겠습니다." 평원군은 안 된다고 말했다. 구러자 조사는 물러서지 않았다. "제나라와 연나라는 원수간이긴 합니다만 전단은 타국인 조나라를 위해 싸우 지 않을 것입니다. 강대한 조나라는 제나라의 패업( 業)에 방해가 되기 때문 이죠. 그래서 전단은 조나라 군사를 장악한 채 '오 랫동안 쓸데없이 세월만 보 낼 것입니다[曠日彌久].' 두 나라가 병력 을 소모하여 피폐해지는 것을 기다리 면서……." 평원군은 조사의 의견을 묵살한 채 미리 정한 방침대로 전단에게 조나라 군 사를 맡겨 연나라 침공군과 대적케 했다. 결과는 조사가 예언한 대로 두 나라 는 장기전에서 병력만 소모하고 말았다.
[주] 화우지계 : 쇠뿔에 칼을 잡아매고 꼬리에 기름 바른 갈대 다발을 매단 다 음 그 소떼를 적진으로 내모는 전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