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한 길손의 아내

eorks 2019. 8. 2. 00:23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5부 끓어오르는 열정, 억제치 못하고
[제5ㅡ9화]한 길손의 아내
영남에 사는 한 선비가 암말을 타고 과거길에 올랐다. 선비가 길을 가고 있는 도중 여러 지역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사람을 많 이 만나서, 며칠 사이에 네댓 사람이 한 무리를 이루어 일행이 되었다.

이 일행 중 예쁘게 생긴 아내를 수말에 태우고 가는 한 나그 네가 끼여 있었다. 날이 저물어 일행이 한 주점에 들렀는데, 선 비는 그 나그네의 아내에게 마음을 두고 기회를 보아 정을 통하 려고 벼르고 있었다.

우선 선비는 그 여인의 마음을 떠보려고, 짐 속에서 볶은 콩 을 꺼내 먹으면서 콩을 한 움큼 쥐어 바느질을 하고 있는 그 여 인 앞으로 던졌다. 그리고 살피니 여인은 얼마 후에 그 흩어져 있는 콩을 치마폭에 쓸어담아 선비에게로 도로 던지면서 쌩긋 웃었다. 이렇게 해서 선비는 나그네의 아내도 자기에게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밤이 깊어 손님들이 모두 잠들었는데 선비가 자지 않고 살피 니, 나그네의 아내가 가만히 나오더니만 선비가 타고 온 암말의 고삐를 풀어놓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 나머지 여러 손님이 타 고 온 수말들의 고삐도 모두 풀어놓은 다음, 말들을 한데 몰아넣 고는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조금 있으니 뜰에서 여러 수말들이 한 마리의 암말을 두고 소 란을 피우는데, 사람들이 나가서 잡아매려고 하니까 암말이 멀 리 집 밖으로 도망쳐 달아났다. 이어 수말들도 모두 이 암말을 좇아 뛰쳐나가니, 집주인과 자던 손님들이 일제히 말을 잡으러 집 밖으로 달려나가는 일대 소란이 벌어졌다.

이 때 나그네의 아내는 선비가 자는 방으로 와서 이불 속으로 살며시 들어왔고, 기다리고 있던 선비는 이 여인과 뜨거운 환희 를 맛보았다. 나그네의 아내가 재미를 다 보고 자기 방으로 돌아 가 있으니까, 그때서야 그 남편은 말을 끌고 들어오며 숨이 차서 헐떡거렸다.

그러나 나그네는 그동안 집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또 말 들이 왜 소란을 피웠는지 전혀 알지 못하더라.<조선 중기>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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