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얘기를 듣고 흥분한 처녀

eorks 2019. 8. 10. 00:56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5부 끓어오르는 열정, 억제치 못하고
[제5ㅡ17화]얘기를 듣고 흥분한 처녀
한 마을에 사는 두 처녀가 매우 친하게 지내 마음을 터놓는 사이였다. 그런데 한 처녀가 먼저 혼인하게 되니, 친구 처녀가 만나서 신랑과의 첫날밤 얘기를 들려 달라고 졸랐다.

곧 시집간 신부는 신랑과의 재미있었던 일을 황홀하게 얘기 하기 시작했다. 신랑이 웃옷부터 차례차례 벗겨 맨몸으로 만들 어 놓고 몸이 바스러질 정도로 힘껏 안고 있던 얘기며, 이불 속 에서 온몸을 더듬어 만졌을 때 느껴지던 야릇한 간지러움이며, 신랑이 위에서 몸을 덮쳐 납작하게 될 정도로 힘차게 누르던 때 의 견디기 어려운 황홀감 등등을 차례대로 하나도 빼놓지 않고 얘기했다.

이 얘기를 듣고 있던 친구 처녀가 갑자기 정신을 잃는 것 같 더니, 아랫도리를 약간 흔들고 몸을 떨면서 순식간에 시집간 친 구에게 달려들어 두 손으로 양쪽 귀를 붙잡고 얼굴을 잡아당겨 코르 깨물어 버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코가 반쯤 잘라진 신부의 집에서는 그 친구 처녀를 관 청에 고소했다.

고소장을 접한 관장은 심문날을 정하고 신부와 친구 처녀를 출두하라고 해 재판을 개시했다.

먼저 나졸을 시켜 신부에게 그 사실의 진상을 들어 보라고 했 다. 그래서 신부가 다시 앞서 친구에게 들려준 첫날밤 얘기를 그 대로 모두 설명하니,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친구 처녀의 표정 이 갑자기 변하면서 앞에 앉아 심문하는 나졸에게 달려들어 얼 굴을 잡아당겨 역시 그 코를 깨물어 버렸다.

이 모습을 본 관장이 이상하게 생각하고, 두 여인을 가까이 불러 앞에 앉히고 급창을 시켜 다시 심문해 보라고 했다. 그래서 신부가 또다시 조금 전에 했던 첫날밤의 경험을 되풀이해 설명 하니, 이 때 역시 옆에서 듣고 있던 친구 처녀가 몸을 움직이더 니 급창의 얼굴을 잡아당겨 그 코를 깨물어 버리는 것이었다.

이를 가까이에서 목격한 관장은 황급히 일어나 앞에 엎드려 명령을 기다리는 형방(刑房)에게 말했다.

"여봐라! 형방도 빨리 일어나 피하게나, 형방 코는 뭐 단단한 무쇠로 만들어졌나? 물리면 떨어지게 되어 있어, 어서 피하라고 어서!"

이렇게 말하고는 급히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조선 후기>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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