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3부 기발한 처지, 웃음이 절로 나오고 |
세상에서는 속칭 인색한 사람을 `꼼바리',한자로는 `고
(膏)'라고 한다. 충청도 충주(忠州)에는 널리 인색하기로 소문이
난 꼼바리 한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청주 지방을 대표하는 꼼바
리 한 사람이 더욱더 인색해지기 위해, 그 기술을 한 수 배우러
고 충주 꼼바리를 찾아가기로 했다.
곧 청주 꼼바리는 소와 개와 닭 등 가축을 각각 1마리씩 이끌
고 충주 꼼바리 집으로 갔다. 충주 꼼바리 집 대문에서 종이에
이름을 써서 종을 시켜 안으로 들여보내니, 안에서 들어오라는
전갈이 왔다.
들어가 인사를 드리자 주인 충주 꼼바리가 물었다.
"우리 집에 오면서 소와 개, 그리고 닭은 무엇 때문에 끌고
왔소? 혹시 나에게 선물하려는 것은 아닐 테고."
이렇게 물으니, 청주 꼼바리의 대답은 이러했다.
"소는 무엇이든지 있으면 싣고 가기 위해 몰고 왔고, 개는 내
가 대변을 보게 되면 그것을 먹게 하기 위해 데이고 왔습니다.
그리고 닭은 어디에든지 흩어져 있는 곡식 낟알이 있으면 주워
먹고 가게 하려는 것입니다."
이 얘기를 듣고 있던 충주 꼼바리는 웃으면서,
"얘기를 듣고 보니, 그만한 정도로 철저하게 인색한 행동을
한다면 나한테서 더 배울 것이 없으니 그냥 돌아가시오."
하고는 손을 내저으면서 더 이상 상대해 주려 들지 않았다.
그래서 청주 꼼바리가 돌아가겠다고 인사하고는 말했다.
"조금 전에 제가 여기 들어오려고 할 때, 대문간에서 제가 왔다
는 사실을 적어서 올린 그 종이를 돌려주십시오. 가지고 가야 하
겠습니다."
옛날에는 남의 집을 방문할 때, 대문간에서 자기의 이름과 사
는 곳 등을 종이에 적어서 대문 지키는 문지기 종에게 주면, 종
은 이것을 주인에게 갖다 보여 드리고 주인의 승락을 받은 다음
손님을 안으로 들어오게 하여 안내했다. 그래서 들어올 때 건넨
그 종이쪽지를 도로 받아가지고 가야겠다는 인색한 행동을 표현
한 것이었다.
그런데, 충주 꼼바리는 앞서 이 종이쪽지를 받아 보고는 곧바
로 그 종이로 뚫어진 문구멍을 발라 놓았었다. 그것을 청주 꼼바
리가 자기 종이라며 달라고 하니 주지 않을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문구멍에 붙여 놓았던 그 종이를 다시 떼어 돌려주었다.
종이쪽지를 돌려받은 청주 꼼바리는 거느리고 왔던 가축들을
다시 이끌고 청주로 돌아가는데, 얼마쯤 오니 뒤에서 누가 말을
타고 급히 달려오면서 크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청주
꼼바리가 멈추어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 달려오는 사람은 바로
조금 전 들렸던 충주 꼼바리 집의 종이었다.
가까이 온 종은 숨을 몰아쉬면서 말했다.
"우리 주인 어른 말씀이, 조금 전에 문을 발랐다가 떼어 준
그 종이쪽지에는 우리 집 풀이 묻어 있으니, 종이는 가지고 가시
되 거기 묻은 풀은 모두 긁어 주고 가셔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풀을 긁을 수 있게 종이를 이리 내주십시오."
이 말을 들은 청주 꼼바리는 손뼉을 치고 기뻐하면서,
"아, 확실히 나보다는 수가 높다. 이제야 한 수 배웠구먼."
라고 말하며, 종이를 내주면서 종이에 묻은 풀만 긁어가져가라
고 했다.<조선 초기>
[옛 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 김현룡 지음]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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