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고전유머]3-4화 과연 명판결이었다.

eorks 2007. 3. 26. 08:25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3부 기발한 처지, 웃음이 절로 나오고

(제3-4화)과연 명판결이었다.

     성종 임금 때 역시 한 관원이 상처하고 처녀와 재혼하여 첫날
   밤 신방을 차렸다. 그런데 신랑이 잠자리를 해보니 생각했던 것
   과는 달리 영 빡빡하지 않고 헐겁게 느껴져 어쩐지 숫처녀가 아
   닌 것 같았다. 그래서 신부에게 말하기를,
     "내 당신과 첫날밤을 지내 보니 당신은 숫처녀가 아니다. 처
   녀의 몸으로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진 그런 여자하고는 살아갈
   수가 없으니 우리 혼인은 없던 것으로 하자."
   하고 선언했다. 이에 신부는 울면서 죽어도 그런 사실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하는 것이었다.
     곧 신랑은 글을 써서 성종 임금에게 이 문제를 좀 밝혀 달라
   고 청원했다. 탄원서를 접한 성종 임금이 먼저 신부를 불러 차근
   차근 물어보니 신부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네가 정 억울하다면 그동안 네가 생활했던 주위 환경에 대
   해 소상하게 이야기하고, 그리고 하루의 일과에 대해서도 빠짐
   없이 말해 보라."
     이렇게 명령하고 그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 보니, 무언가 마음
   속에 짚이는 데가 있었다. 그래서 임금은 내시에게 다음과 같이
   지시했다.
     "내관은 듣거라, 지금 그 신부가 살았던 집으로 가서 생활하
   고 있던 방 구조와 방 주변 상황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오너라."
     얼마 후 명령을 받은 내시가 돌아와, 신부가 어려서부터 살아
   왔던 그 방의 그림을 자세히 그려 바치는 것이었다. 성종 임금은
   그 그림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고 살피더니 무릎을 탁 치면서 말
   했다.
     "옳거니, 분명히 그 높은 다락 때문이다."
     이러고 임금은 관원과 신부를 불러 앞에 앉혀 놓고 그림을 짚
   으면서 먼저 신부에게 물었다.
     "신부는 처녀 때 이 다락을 어떻게 오르내렸는지 말해 보라."
     "예 전하, 소녀의 방 다락은 워낙 높아서, 다락에 올라가려면
   먼저 손으로 한쪽 다리를 높이 치켜들어 다락 위턱에 올려놓고,
   그리고 두 손으로 다락의 턱을 잡아 몸을 끌어 배를 올린 다음,
   다른 쪽 다리를 억지로 끌어올리곤 했습니다. 이럴 때마다 늘 가
   랑이가 찢어지는 것같이 아팠습니다."
     신부의 이 설명을 들은 임금은 신랑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관원, 신부의 말을 들었지. 지금 들은 바와 같이 신부가 어
   릴 때부터 그 높은 다락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렸다. 그렇게
   오르내리는 동안 신부는 두 다리를 너무 벌려서 사타구니 사이
   가 저절로 넓어졌고, 또 그때 옥문 안쪽 부분의 연한 살결이 서
   서히 조금씩 찢어져 벌어졌으며, 그리고 금사 또한 일찍 파손된
   것이 분명하다. 이것을 비유할 것 같으면, 가을에 밤이 익어 저
   절로 벌어져 밤알이 빠져나올 만큼 아가리가 벌어지는 것과 같
   은 이치니라. 그러니 신부가 다른 남자와 접해 그렇게 넓어진 것
   이 아니니, 의심하지 말고 돌아가 함께 부부로 잘살아라."
     이와 같이 판결하니, 관원은 성은에 감사하면서 신부를 데리
   고 물러갔다. 그리고 이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성종의 명판결에
   감탄하고, 신부가 다락을 오르내렸다는 그 모습을 상상하면서
   크게 웃더라.<조선 초기>
   [옛 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 김현룡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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