牧民心書
제1장 부임 6조[관직에 처음 부임하면서 지켜야 할 사항들]
빗물이 새는 초가에 살았던 정승
治裝에는 其衣服鞍馬는 竝因其舊하고 不可新也라
치장에는 기의복안마는 병인기구하고 불가신야라
행장을 꾸릴 때, 의복과 말은 모두 헌것을 그대로 쓰고 새로
마련해서는 안 된다.
- 치장(治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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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말을 거쳐 조선 초기 세종 때 관직을 지낸 사람 중에 유
관 이라는 사람이 있다. 유관의 관직은 정승이었지만 그의 신분과는 달
리 매우 검소하게 살았다.
그는 평생을 학문에만 정진하여 경사에 밝고 시문에 능한 인물이기
도 했다. 그러나 일상생활은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아 울타리도 없는 오
두막에서 살았다. 이처럼 청렴한 생활상은 임금도 잘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임금이 신하들이 모인 자리에서 말했다.
"남의 이목도 있고 하니 유 정승 집에 울타리라도 쳐주는 게 어떻겠
소?"
그랬더니 모든 신하들이 임금의 말을 받드는 말을 한 차례씩 올렸다.
한 신하가 말했다.
"전하의 뜻을 받들어 그렇게 하도록 지시하겠습니다. 다만 유관의 성
품으로 보아 집에 울타리를 치는 일도 마다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밤에 몰래 작업을 해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 말도 일리가 있소, 아무튼 무슨 방법을 쓰든지 유 정승의 심기가
불편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일을 행하시오."
그렇게 해서 신하들은 유관의 식구들이 모두 잠든 후에 쥐도 새도
모르게 조용히 울타리를 쳐주었다. 이튼날 유관도 이 사실을 알았지만
임금의 명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차마 어명을 거역할 수 없어 울타
리를 거둬 내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일이 있은 뒤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여름이 되어 본격적
인 장마철이 되자 연일 장대비가 퍼부었다. 그러다 보니 허술한 유관의
초가집 지붕에 이상이 생겼던 것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근 일 주일
이상 폭우가 쏟아지자 낡고 오래 된 유관의 집 천장이 이를 감당해낼
리가 없었다. 마침내 천장에 고인 물인 방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기 시작
하더니 아예 빗물이 줄줄 새어 방안을 흥건하게 적시니 그냥 앉아 있기
도 힘든 지경이 되었다. 그래서 유관은 궁여지책으로 비를 피하기 위해
벽에 걸려 있던 삿갓을 머리에 쓰고 앉았다. 그리고 옆에 있는 부인 머
리에도 삿갓 하나를 얺어 주며 이렇게 말했다.
"부인, 우리는 그래도 행복한 사람들이오. 삿갓조차 없는 사람들은
이 장마철을 어떻게 지내겠소?"
유관은 황희, 허조 등과 함께 세종대의 대표적인 청백리로 꼽히고
있다.
`치장`이란 목민관으로 발령을 받아 부임지로 떠날 때의 행장을 뜻
한다. 이때는 벼슬을 얻었다고 해서 기분에 들떠 호사스럽게 꾸밀 것이
아니라 검소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옷이나 말, 안장 등은 예
전에 쓰던 것 그대로 사용해야 하며, 데리고 가는 사람도 수를 적게 하
라고 이른다. 청렴한 선비는 그저 이부자리나 속옷, 책 등을 챙겨 수례
하나에 담아 길을 떠날 뿐이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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