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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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ㅡ6화]암수 구분 있는 만두
한 절에 나이 많은 노스님이 있었다. 늙어서 영양 보충을 해
야 하겠기에 닭을 길러 몰래 그 고기를 만두에 넣어 먹었는데,
사람들에게 새벽에 닭이 울어 시간을 알려 주기 때문에 기르
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스님은 이것을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두 가지 종류
의 만두를 만들었는데, 즉 한 종류의 만두에는 닭고기를 넣어 만
들고 다른 종류에는 닭고기를 넣지 않고 채소만 넣어 만들었다.
그러고는 닭고기가 든 만두를 `암만두(雌饅頭)', 채소만 든 만두
를 `수만두(雄饅頭)'라 이름 붙인 후, 심부름하는 동자승에게 이
렇게 일러 놓았다.
"얘야, 잘 듣고 명심해! 손님이 와서 만두를 가져오라고 하면
수만두를 가져가고, 내가 혼자 있을 때는 암만두를 가져와야 하
느니라. 꼭 기억해 두었다가 실수가 없어야 한다."
노스님은 이와 같이 동자승에게 단단히 주의를 시켰다.
그리고 며칠 뒤 손님이 왔다. 노스님은 손님과 함께 불당에
앉아 담론을 하다가 길게 동자승을 불러,
"얘야! 만두를 따끈하게 데워서 가져오도록 해라."
하고 위엄 있게 명령했다.
그런데 동자승이 가지고 나온 만두를 보니 암만두였다. 나이
어린 동자승이 딴생각을 하다가 그만 생각 없이 손에 잡히는 대
로 가져온 것이 불행히도 암만두였던 것이다.
스님은 손님 앞에서 도로 가지고 가 바꿔 오라고 할 수도 없
는 형편이어서, 할 수 없이 닭고기가 든 만두를 그대로 손님에게
대접했다. 하지만 절에서 고기 만두를 대접하는 것이 마음에 걸
려, 손님에게 이렇게 변명을 했다.
"오늘 손님은 귀한 분이어서 일부러 닭고기를 넣어 만두를
빚었습니다만, 그러나 부처님께 죄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점
이해하시고 맛있게 드십시오."
노스님은 겸연쩍어하면서 이렇게 말을 하고 손님을 쳐다보았
다. 이에 손님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노스님! 부처님께서도 연세가 많으신 노스님을 이해하실겠
지요. 닭도 암놈과 수놈이 있는데, 만두라고 어찌 암만두 수만두
가 없겠습니까? 암만두로 알고 맛있게 먹겠습니다."
이러고 크게 웃으니, 노스님은 자신의 비밀이 이미 널리 누설
된 것을 알고는 부끄러워하면서도 함께 한바탕 웃더라.<조선 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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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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