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보통 망아지가 태어나지요

eorks 2019. 6. 11. 00:54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4부 서민들, 유머는 그들이 낙이었다.
[제4ㅡ5화]보통 망아지가 태어나지요
어느 절에 노스님이 암말을 한 마리 기르고 있었는데, 절에 놀러 온 사람에게 다음과 같이 자랑했다.

"이 암말은 검정 갈퀴에 이마에는 흰 무뉘가 있어 특이하니, 뒷날 새끼를 낳으면 틀림없이 어미를 닮은, 저렇게 무뉘가 있는 좋은 새끼를 낳을 것입니다."

"아 예, 그렇구먼요. 아마도 무뉘가 더 선명하겠지요."

노스님의 말에 손님도 맞장구를 쳤다.

이 때, 노스님 밑에서 심부름을 하는 어린 동자승이 옆에 있 다가 노스님과 손님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말했다.

"큰스님! 소인 생각엔 절대로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요. 결코 어미를 닮은 망아지가 태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뭐? 이놈아, 네가 무엇을 안다고 함부로 지껄이느냐? 저리 가지 못할까?"

노스님은 당돌하게 나서서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동자승을 나무라며 쫓아 버렸다. 그리고 노스님은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당돌한 행동을 잘하는 이 동자승을 어느 때고 한번 기회를 보아 기를 꺽어 주리라고 벼르고 있었다.

며칠뒤, 마침 절에 큰 법회가 열려 많은 사람이 모였다. 이 때 노스님은 여러 사람 앞에서 또다시 기르고 있는 그 암말에 대 한 자랑을 늘어놓은 다음, 동자승에게 물었다.

"이놈아! 너는 전날, 이 암말이 새끼를 낳으면 그 망아지가 어미와 같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했어? 어디, 여러 사람 앞에서 설명을 한번 해봐. 어린것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어른들 말에 끼어들어 쓸데없는 소릴 해?"

이렇게 추궁하니, 동자승의 대답은 매우 걸작이었다.

"예, 스님! 말씀올리지요. 노스님께서는 절 뒤 암자에 사는 비구니와 정을 통하셨지요. 그러고 얼마 뒤 그 비구니가 임신을 했기에, 소인 생각에는 아이가 태어나면 반드시 머리를 깍은 중 이나 비구니가 태어날 것으로 믿었담니다. 그런데 며칠 전 태어 난 아이를 보니 중도 비구니도 아닌 보통 속세 아이와 꼭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저 말의 새끼도 어미를 닮 지 않은 보통 망아지가 태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답니다."

이러고 달아나니, 듣고 있던 사람들이 우스워 모두 얼굴을 돌 리고, 노스님은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라했다.<조선 초기>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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