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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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ㅡ4화]예상이 빗나갔네
어느 시골의 한 여자가 지극히 음탕했다. 항상 양근 큰 남자
를 찿아다니고 있었는데, 겉으로 보아 남자의 양근이 큰지 작은
지를 알 수가 없어서 늘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하루는 어
떤 사람이 우연히,
"남자가 코가 크면 그에 따라서 양근도 확실히 크단 말이야."
하고 귀뜀해 주었다.
그래서 여자는 장날마다 모여드는 남자들을 살피며 코가 큰
남자를 찿고 있었는데, 마침 어느 날 장터에서 삿갓을 쓰고 지나
가는 남자를 보니 코가 다른 사람보다 두 배나 큰 것이었다.
`아, 드디어 발견했다. 바로 저 사람.....놓치지 말아야지.'
이렇게 생각하고는 기쁨에 넘쳐 이 남자를 하루 종일 살살 따
라다녔다. 해가 질 무렵 이 사람이 장터에서 볼일을 다 보고 집
으로 돌라가는데, 여자가 슬그머니 아양을 떨며 유혹하여 집으
로 데리고 왔다.
여자는 남자를 방안으로 안내하고 술과 맛있는 음식을 차려
서 저녁 식사를 잘 대접했다. 그리고는 큰 기대 속에 가슴을 설
레며 남자를 반듯이 눕혀 바지를 벗기고 만져 보니, 이게 웬일인
가? 부풀었던 기대는 산산조각 깨지고 가슴속은 실망으로 가득
찼다.
생각과는 달리 양근이 어린아이의 그것같이 작았고 또 힘도
없어 흐물흐물했다. 곧 여자는 지금까지 공들인 것이 너무나 분
하고 원통해서,
"무슨 남자가 코만 크고 연장은 이 모양이란 말이오?"
하고 화를 내며 꾸짖었다.
여자는 분을 참을 수가 없어서 남자의 배 위에 쭈그리고 걸터
앉았다. 그리고 자신의 옥문을 거기에 접근시켜 보았으나 전혀
감흥이 일지 않았다. 여자는 더욱 화가 나서 몸을 돌려 남자의
얼굴 위에 걸터앉아 그 큰 코를 덮치고 흔들어 요동해 보니, 작
은 연장보다는 한결 감흥이 일고 좋았다.
결국 남자는 코가 여자의 그것에 눌려 숨도 잘 쉬지 못하고
고생하다가 새벽닭이 울고서야 겨우 쫒겨났다. 남자는 슬퍼하면
서 집으로 돌아오며 중얼거렸다.
"나는 왜 코만 크고 연장이 작아 좋은 기회를 놓치고 이런 수
모를 당해야 하나? 아이 속상해."
탄식에 가까운 소리를 내면서 아직도 어둠이 가시지 않은 길
을 땅만 보고 걸었다. 그런데 때마침 새벽에 들에 나온 이웃집
사람을 만나 얼굴을 드니, 이웃 사람이 이상하다는 듯 한참 동안
얼굴을 쳐다보다가 묻는 것이었다.
"아니, 이 사람! 밤새 어디에 갔었던가? 그런데 그 참 이상하
네, 왜 미음(米飮)을 입으로 안 마시고 코를 대고 먹었는고? 코
근처에 온통 미음을 뒤집어썼구먼."
여자가 밤새 코 위에 체액을 쏟아 범벅을 해놓아서, 그것이
엉겨붙어 허연 미음같이 보였기 때문이었다.<조선 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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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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