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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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ㅡ35화]명대답을 한 사위
옛날 시골에는 길다랗게 생긴 방이 있어서, 그 중간에
칸막이를 설치해 두 개의 방으로 나누어 사용했다. 그래서 두 방
에서는 각기 옆방에서 하는 말소리가 잘 들렸다.
그리고 이 둘로 나뉜 길다란 방에는 불때는 아궁이가 하나뿐
이었는데, 아궁이 가까운 쪽의 따뜻한 방을 `아랫방[하방(下
房)]`이라 하고, 아궁이에서 먼 쪽 추운 방을 `윗방[상방(上房)]`
이라고 했다.
한 집에 마침 사위가 다니러 와 하룻밤 자게 되었는데, 사위
를 칸막이의 윗방, 곧 상방에서 자게 하고, 장인 장모는 칸막이
아랫방인 하방에서 잤다.
사위가 자다가 잠을 깨니 마침 장인 장모가 춘정(春情)이 발
동해 잠자리를 하고 있는데, 그 속삭이는 소리가 환히 들렸다.
장인 장모는 속살을 맞대고 기분이 매우 고조되어 감격적인 목
소리로, 먼저 장인이 이렇게 속삭이는 것이었다.
"여보 부인, 나는 말이오, 이렇게 좋을 때에는 두 귀가 꽉 막
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답니다."
이 말을 받아서 장모는 또 다음과 같이 속삭였다.
"여보 영감, 저도 그래요, 영감이 이렇게 잘해 줄 때에는 제
팔다리의 뼈마디가 탁 풀어져서 완전히 녹아내립니다."
이러면서 여러 가지 애교어린 말들이 오고가는 동안 두 사람
의 작업이 끝이 났다.
일이 끝나고 한참 동안 누워 있던 장모가 장인에게 걱정스러
운 듯이 말했다.
"여보 영감! 아마도 우리의 흥분된 속삭임을 윗방에서 자는
사위가 들었을 것 같아요. 그러니 영감이 내일 아침에 사위에게
얘기해서 다른 데 가서 소문내지 않도록 잘 타일러 봐요."
부인의 걱정에 장인은 이튼날 아침 사위를 불러앉혔다.
"이 사람 사위, 내 말 잘 듣게. 세상 사람들은 남의 험담을 말
하기 좋아하고 흉을 잘 보지만, 자네는 그런 쓸데없는 남의 말일
랑 아예 입에 담지도 말게나. 무슨 말인지 알만 하지?"
"예, 장인 어른! 알겠습니다. 이 사위는 다른 사람과 달리, 남
의 얘기를 들으면 두 귀가 꽉 막혀 버리고 팔다리 뼈마디가 모두
탁 풀어져서 완전히 녹아 버리니까요. 그러니 장인 장모님께서
는 조금도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대답한 사위는 장인을 쳐다보면서 웃었다. 이에 장인
은 민망하여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조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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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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