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안은 대대로 한나라의 재상직을 맡아 왔었다. 한나라가 멸망했을 때 나는 만 금의 재산을 털어 원수인 진나라에 보복 을 감행, 천하를 놀라게 한 바도 있다. 오늘날에는 이 세 치의 혀끝으로 제왕의 참모가 되었으며 1만 호 의 땅을 받고 제후의 자리에도 앉아 있 다. 한낱 서민으로까지 떨 어져 버렸던 몸으로서 이보다 더한 영달이 어디 있겠는가. 이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제 속세를 버리고 적송자(赤松者:전설적인 신선)처럼 살고 싶구나."
그리고는 곡식으로 만든 일체의 음식을 끊고 신선술을 배워 몸을 가볍 게 하는 일에만 전념했다.
고조(劉邦)가 승하하고 태자가 뒤를 잇자, 장량을 은인으로 존대 하던 여태후는 그의 건강을 염려하여 제발 식사를 취하라고 몇 번 이나 권했 다.
"인생이라는 한 세상이 어쩌면 이렇게 흰 말이 틈을 지나가는 것 (白駒 過隙)처럼 빠른가. 어허, 무엇을 바라기에 어찌 스스로를 괴 롭히시는 지 알 수 없소."
이게 장량은 끝내 거절하지 못하고 식사를 취하기 시작했다.
《莊子》는 <지북유편>에서 말했다.
"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 사는 것은, 흰 말이 달려가는 것을 문틈 으로 보는 순간일 뿐이다."
이 얼마나 허망한 말인가. 그렇게 본다면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것처 럼 인생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나는 것과 같고, 죽음이란 구름 이 스러 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