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梧桐一葉落(오동잎 하나 떨어져)
오두막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고 나온 김삿갓은 다시 산길을 걸어간다.
가을이라는 계절은 오동나무 잎이 떨어지면서부터 시작된다던가. 어떤 시인은 가을을 이렇게 노래했다. 오동 나뭇잎 하나 떨어져 온 누리가 가을임을 안다. 梧桐一葉落(오동이엽낙) 天下盡知秋(천하진여추)
봄이 蘇生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凋落의 계절이요,
조락에는 哀傷이 따르게 마련임으로 고금을 막론하고 가을을 노래한 시는 한결같이 애달픈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가을바람 불어 흰 구름 날아가고 나뭇잎 떨어져 기러기 남으로 가네. 秋風起兮白雲飛(추풍기혜백운비) 草木落兮雁南歸(초수낙혜안남귀)
중국의 漢武帝는 저 유명한 秋風辭라는 시를 그렇게 애달픈 말로 시작했 지만
우리나라의 宣祖 때 시인 鄭鎔도 가을의 애달픔을 이렇게 노래하였다.
국화꽃은 빗속에 시들어 가고 가을바람 뜰에 불어 오동잎 진다. 이아침에 슬픔이 새삼스러워 지난 밤 꿈속 고향 마냥 그립네. 菊垂雨中花(국수우중화) 秋驚庭上梧(추경정상오) 今朝倍惆悵(금조배추창) 昨夜夢江湖(작야몽강호)
김삿갓이 집을 나올 때는 죽어도 집 생각은 아니할 결심이었다.
그러나 밤이면 공산명월이 유난히 밝은데다가 귀뚜라미는 애간장을 녹여 내려는 듯 구슬피 울어 대니
멀리 떨어져 있는 고향생각이 저절로 간절해 왔다. 베갯머리에 비친 푸른 달빛이 땅 위에 내려앉은 서릿발 같구나 눈을 들면 먼 산의 달이 바라보이고 고개 숙이면 고향 생각이 절로 간절하구나. 牀前看月光(상전간월광) 疑是地上霜(의시지상로) 擧頭望山月(거두망산월) 低頭思故鄕(저두사고향)
이것은 가을밤에 고향 그리운 심정을 노래한 李太白의 시이거니와 객지로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의 가을은 누구나 마찬가지인 듯 中宗 때 선비 楊士彦에게도 다음과 같은 가을시가 있다.
저녁연기 한 줄기 들판에 오르고 달은 저물어 지평선에 지누나. 남녘에서 오는 기러기야 말 물어 보자 고향 집에서 무슨 기별이 없더냐. 孤烟生曠野(고연생광야) 殘月下平蕪(잔월하평무) 爲問南來雁(위문남래안) 家書寄我無(가서기아무)
산속에도 가을이 깊어 바람이 차갑다.
낙엽은 바람에 휘날리는데 무심한 산새들은 애절히 울고 있어서
산길을 외로이 걸어가는 김삿갓은 오늘따라 고향생각이 유난히 간절하였 다.
~다음으로 계속~
~김삿갓이야기를 122회에 걸처 게시할까 합니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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