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曲木爲椽簷着塵(서까래는 굽고 처마는 땅에 닿고) 김삿갓이 길을 가다가 이번에는 단칸방 오두막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었다. 아들을 셋이나 두었지만 모두 중이 되어 나가고 두 늙은이만 살고 있다는 이 집은 세 사람이 들어앉기도 비좁은 방이지만 주인 내외는 기꺼이 쉬어 갈 것을 허락한다. 고마운 마음에 허리를 굽히고 방으로 들어 왔지만 처마 끝에 부딪쳐 이마에 혹이 달렸고 지금은 다리를 꼬부리고 누웠지만 잠이 쉽게 오지 않는다. 평소 남에게 허리를 구부리기 실어하는 그였지만 오늘 밤은 방이 하도 좁 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