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빙그레 웃고 대답 않으니 마음 절로 한가롭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겨울이 가고 새봄이 왔다. 죽장망혜로 대자연속을 휘적휘적 걸어가는 김삿갓의 가슴은 상쾌하기 이를데 없었다. 눈을 들어 사방을 살펴보니 시야를 가로막는 첩첩 태산들은 아직도 아침안개 속 에 잠겨 있는데 저 멀리 산골자기에 흘러가는 물소리가 그를 반갑게 맞아 주는 듯 했다. 귀를 기우리니 멀고 가까운 산에서 처연하게 울어대는 새소리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마치 하나의 교향악처럼 아름답게 들려온다. 이렇게 좋은 산수를 내버려 두고 내가 왜 어리석게도 속세에 얽매여 있었 더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