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신세타령 김삿갓의 다친 발목이 거의 나아서 지팡이를 짚고 걷기 시작할 무렵, 梵魚(범어)스님은 아직 혼자 걷기는 불편하리라면서 '安山宅(안산댁)' 이라 는 미모의 젊은 여인을 보조자로 천거해 주었다. 안산댁은 어려서부터 어머니를 따라 이 절에 단골로 다니기 시작한 여신도 인데 글도 잘하는 편이니 말동무가 될 것이라 했다. 김삿갓은 그 날부터 안산댁의 부축을 받아가며 하루 두세 시간씩 보행연습 을 하였다. 안산댁은 어떻게나 행동거지가 얌전하면서도 민첩한지 김삿갓이 지팡이에 의지하지 않고도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날마다 거름걸이가 좋아지고 있었다. 다리에 신경을 적게 쓰게 되면서 대화가 늘어났고, 김삿갓의 짓궂은 물음에도 안산댁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