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망국의 한 笑離亭(소리정)에서 만난 선비와 이런 일 저런 일들을 이야기하며 무심히 발길을 옮겨 놓다보니 어느덧 開城(개성)의 鎭山(진산)인 松嶽山(송악산)이 멀리 바라보인다. 5백년 도읍지를 이제야 구경하게 되었구나 싶어 벌서부터 감개가 무량해진 김삿갓은 고려조의 충신이요, 圃隱(포은), 牧隱(목은)과 더불어 麗末三隱(려말삼은)으로 일컬어지는 冶隱 (야은) 吉再(길재)선생의 시조 한 수를 읊조렸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김삿갓이 야은의 시조를 읊어 보이자 같이 걷던 선비는 크게 기뻐하면서 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