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내 눈이 어느새 이렇게 김삿갓이 묘향산을 떠나 熙川(희천)을 지나서 江界(강계)로 들어섰을 때에는 아직 입동도 안 되었는데 아침저녁으로 얼음이 얼기 시작하였다. 북쪽지방은 계절이 유난히 빠르다. “오동 잎 하나 떨어지면 모두 가을임을 안다.(梧桐一葉落 天下盡知秋=오동일 엽낙천하진지추)”고 했으니 이제 그도 겨울 준비를 해야 할 시기가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삿갓이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을 형편이 아니니 헤진 옷이라도 기 워 입으려고 바늘귀를 꿰려 했으나 눈이 가물가물 좀처럼 꿰여지지 않는 다. ‘내 눈이 어느새 이렇게 어두워졌는가.’ 생각하면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러 나 그뿐이랴. 글자도 잘 안보이고, 이를 잡으려고 해도 전 ..